[책마을] 나에게 다가올 수 있는 罪와 罰
상대 조직원의 흉기에 찔려 입원한 폭력배 A씨. 그는 회복 중 갑자기 김밥과 콜라를 찾았다. 상처 때문에 생긴 급성신부전증으로 먹을 것을 가려야 했지만 이를 모른 채 김밥을 마구 먹다 합병증으로 숨졌다. A씨를 찌른 이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까. 《이야기 형법》의 저자는 ‘그렇다’고 답한다. 범행 후 바로 죽지 않았지만 애초 흉기에 찔리지 않았다면 김밥과 콜라를 먹었단 이유로 목숨을 잃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은 총칙, 개인적 법익에 대한 죄, 사회적 법익에 대한 죄, 국가적 법익에 대한 죄 등 형법 교과서에서 나온 구성을 따르면서 어려운 용어는 쉽게 풀어 형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장마다 소개된 사연들은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대법원 판례 등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일명 ‘김밥 콜라 사건’은 황당무계해 보이지만 원인과 결과는 상식적 차원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우는 사례다.

저자는 “법은 사람들을 억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자유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단순한 법 감정에서 벗어나 법률적 사고방식(리걸 마인드)을 갖추기에 좋은 책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