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치매도 극복해낸 믿음의 힘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70대 초반의 조희성 씨. 뒤늦은 홀로서기는 힘에 부쳤다. 젊은 시절 두주불사로 마셔댄 탓일까. 알코올성 치매까지 찾아왔다. 생전의 아내가 하고 싶어 했던 사경(寫經·불경 베껴쓰기)을 시작했으나 쉽지 않았다. 처음엔 한 쪽도 쓰기 버거웠으나 점차 시간을 저녁 2시간에서 아침 저녁 두 차례로 늘렸다. 3년 만에 치매에서 벗어났고, 마음의 평정을 되찾았다. 출가한 딸과 살림을 합친 뒤에는 자녀들과 함께 수행하며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슬픔과 역경을 수행으로 극복한 사례다.

《나는 그곳에서 부처님을 보았네》는 조계종과 법보신문, 불교방송이 공동 진행한 신행수기 공모 당선작을 모은 책이다. 경제적 파산의 절망적 상황에서도 자신의 일과 삶을 꿋꿋하게 챙겨온 50대 여성,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불치의 병마가 주는 공포를 이겨낸 이야기, 장애인으로서 고립감을 극복하고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성장해온 이야기, 자신의 출소를 기다리며 열심히 살아가는 아내에게 참회하며 부끄러운 과거를 진솔하게 고백한 재소자 이야기 등이 감동적이다.

절대자에게 매달리기보다 내면을 돌아보며 삶의 지혜와 해법을 찾는 불교의 특성상 신자가 아닌 이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