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전자업계와 과학계가 “눈이 가요, 눈이 가 ! 양자점 TV에”란 노래를 애창곡으로 삼기 시작했습니다.

오래 전 한국 여성의 이름에 흔하던 ‘양자씨 얼굴의 점’을 먼저 떠올리는 양자점 [Quantum Dot, 퀀텀닷] TV가 현재 주력인 유기발광다이오드 [OLED, 올레드]에 이은 차세대의 대표 주자로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눈이 가요, 눈이 가. 양자점 TV에!” KAIST 새 기술 개발
양자점은 전류를 흘리면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양자, 量子, Quantum을 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 단위로 넣은 반도체 결정을 일컫습니다. 양자점 TV의 경우 색 재현율이 올레드에 못지 않은데다 색 순도와 빛의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양자점 TV는 특히 색의 영역을 확장해 고,高색역 디스플레이란 소리도 듣습니다. 양자점 입자는 크기가 작으면 파란색에 가깝고 크면 빨간색에 가까운 색을 발현해 크기에 따라 발광파장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서입니다. 기존 LCD 디스플레이의 색 재현율을 70%로 볼 때 양자점 TV는 110%에 이른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양자점 디스플레이는 한해 평균 110%씩 성장해 2020년경 수요가 8700만대에 달하고 TV·태블릿 물량의 6%를 점할 것이란 예측입니다.

다시 말해 퀀텀닷 TV가 세계 시장에서 자신 이름에서 따온 경제용어 ’퀀텀점프‘토록 할 거란 풀이입니다. 때문에 국내외 전자업체들이 양자점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제품 개발에 대한 선점경쟁을 벌이는 상황입니다

[※퀀텀 점프 Quantum Jump=경제학에서 짧은 기간에 ‘비약적으로 실적이 호전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 원자에 에너지를 가하면 핵 주위를 도는 전자가 낮은 궤도에서 높은 궤도로 점프하는 현상을 말하는 물리학 용어에서 차용.]

최근 과학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자점 TV에 대한 이같은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상용화 과정에서 일부 해결해야할 ‘난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예컨대 양자점의 원재료인 ‘발광소스’로 유해성 논란이 따르는 중금속인 카드뮴계열의 CdSe나 CdS가 사용되고 있는 것이 꼽힙니다.

또 발광소스로 무해한 탄소계열을 사용한 양자점 디스플레이의 경우 제조공정상 황산이나 질산으로 선先처리하고 환원과정에서 ‘독성이 강한’ 하이드라젠을 쓴다는 것입니다. 까닭에 수율이 낮고 제조 시간이 오래 걸려 비용 증가의 요인이 된다는 해석입니다.

국제 과학계와 전자업체들은 이에 따라 비카드늄 계열의 양자점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국내 연구진이 양자점 디스플레이 제조에서 이 같은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한 획기적인 기술 (탄소계열의 흑연층간 화합물 합성 성공)을 개발해 시선집중 입니다. 주인공은 한국과학기술원 KAIST 신소재공학과의 전석우, 물리학과의 조용훈, 전기및전자공학과의 유승협 교수 공동 연구팀인데요.

연구팀은 8월 28일 “자연에서 쉽사리 얻을 수 있는 흑연, 염(Salt), 물 3가지만을 이용해 지름 5nm, 두께 0.34nm이고 크기가 매우 균일하면서도 높은 양자 효율을 보이는 ‘친환경·고품질·저비용의 그래핀 양자점 LED 기술'을 세계 최초로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꿈의 나노물질’ 그래핀 Graphene = 흑연은 탄소가 평면적으로 볼 때 벌집모양인 육각형의 그물처럼 배열된 층으로 쌓인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 흑연의 한 층을 지칭. 영국의 가임과 노보셀로프는 상온에서 그래핀을 떼어낸 공로로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

구리보다 100배 전기가 잘 통하고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전자의 이동성이 빠르며 빛을 대부분 통과시키기 때문에 투명하며 신축성도 매우 뛰어나다는 게 특징. 초고속 반도체, 휘는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만으로 작동하는 컴퓨터, 고효율 태양전지, 구부릴 수 있는 디스플레이처럼 매우 많은 쓰임새로 주목.]

KAIST 연구팀은 먼저 발광 메커니즘을 규명한 그래핀 양자점을 제조한데 이어 이를 LED에다 합성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그래핀 양자점 LED’를 개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석우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그래핀 양자점 LED를 갖고 테스트한 결과 기존 LED 휴대폰 디스플레이의 최대 밝기인 ‘수백 cd(칸델라)/㎡’를 훨씬 넘는 ‘1000 cd/㎡에 이르는 휘도를 나타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상용화 (대량생산)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거란 얘깁니다.

전 교수는 다만 “아직은 발광효율에서 기존 LED 까지는 미치지 못한다”며 “발광 특성의 경우 향후 더욱 향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송성호 박사과정생은 “그래핀 양자점을 활용하면 종잇장처럼 얇은 디스플레이는 물론 커튼처럼 유연한 소재에도 원하는 정보가 표시되는 기술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어드밴스드 옵티컬 머티리얼스’ 8월 2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으며 관련 기술에 대해 국내외에 특허도 출원했다고 합니다.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기초기술을 기반으로 한 국내 연구진의 응용기술 개발이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 혁명을 몰고 올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