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구글…'IoT 삼국지'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온 삼성전자 애플 구글이 무대를 사물인터넷(IoT) 시장으로 옮기고 있다.

IoT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각종 기기가 통신망으로 서로 연결돼 사람이 일일이 조작하지 않아도 스스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는 물론 웨어러블(입는) 기기, 스마트홈 등을 모두 아우른다. 정보기술(IT)업계 ‘최후의 전쟁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세계 IoT 시장 규모가 2012년 4조8000억달러(약 4900조원)에서 2020년 8조9000억달러(약 9100조원)로 연평균 7.9%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열린 혁신’을 위한 합종연횡

삼성전자 애플 구글은 최근 IoT 시장 선점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부족한 역량은 인수합병(M&A), 제휴 등을 통해 채운다. 필요하다면 경쟁사와 손잡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미국 IoT 기술업체인 스마트싱스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2억달러(약 2000억원). 스마트싱스는 스마트폰으로 집안 내 전등과 잠금장치 등을 조작하는 서비스 등을 개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새로운 IoT 프로토콜(규약) 컨소시엄인 스레드그룹에도 참여했다. 네스트랩스 실리콘랩스 프리스케일 예일시큐리티 등이 참여한 스레드그룹의 대표는 크리스 보로스 네스트랩스 기술제품 마케팅 매니저다. 구글이 네스트랩스를 인수했기 때문에 사실상 구글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다.

인텔이 주도하는 IoT 컨소시엄인 오픈인터넷컨소시엄(OIC)에도 합류했다. 인텔과 구글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모두 참여함으로써 IoT 사업 기반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초엔 미국 시스코시스템스와 특허를 공유하기로 했다. 시스코는 많은 IoT 분야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구글은 올해 초 자동온도조절 장치 등 스마트홈 기기 제조업체 네스트랩스를 32억달러(약 3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네스트랩스는 지난 6월 가정용 CCTV 전문업체 드롭캠을 5억5500만달러(약 5600억원)에 사들였다. 네스트랩스는 실내 온도조절장치 부문에서, 드롭캠은 화상감시 부문에 강점을 가지고 있어 스마트홈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 6월 개발자회의(WWDC)에서 ‘홈킷’을 공개했다. 아이폰을 중심으로 각종 가전기기를 연결하는 스마트홈 플랫폼이다. 홈킷 협력사로는 필립스 오스람 아이디바이스 아이홈 하이얼 브로드컴 허니웰 등을 끌어들였다. 허니웰은 이미 홈킷 기반의 자동온도조절 장치를 개발했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M&A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 이상 혼자 힘으론 기술 혁신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조신 연세대 미래융합기술연구원장은 “IT 자체의 기술 혁신이 빠르기도 하지만 IT와 다른 산업의 융합으로 필요한 기술 영역이 더 넓어졌다”며 “‘연구개발(R&D)’보다 ‘연결과 개발(C&D·Connect & Development)’이 더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모든 기술을 자체 개발하기보다는 검증된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란 얘기다. 최근 IT업계에서 ‘열린 혁신’ ‘열린 생태계’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누가 유리한가

삼성전자 애플 구글은 IoT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최근 스마트홈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스마트홈 시장으로부터 점차 기반을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스마트홈 시장에선 누가 가장 유리할까.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종합 전자업체라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스마트폰 TV 냉장고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다. 자사 제품끼리만 연결해도 충분히 큰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신기술을 개발할 때 가전업체 등과 사전 협의가 필요한 애플과 다르단 얘기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 외부로 기밀이 새나갈 위험도 작다. 조 원장은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뿐만 아니라 반도체 TV 냉장고 등 생활 가전제품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IoT 사업을 주도하기에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족한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은 약점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1위 스마트폰업체이지만 소프트웨어인 모바일 운영체제(OS)는 거의 전적으로 구글 안드로이드에 의존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PC 등을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술력을 두루 갖추고 있다. 하지만 TV 냉장고 세탁기 등 주요 가전제품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다. 수많은 세계 가전업체들의 다양한 제품을 아이폰과 연결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구글은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은 뛰어나지만 자체적으로 하드웨어를 만드는 능력이 부족하다. 제조업에 대한 이해도 떨어진다. 모토로라 재매각이 이를 보여준다. 구글은 자체 소프트웨어와 모토로라의 하드웨어 간 시너지를 내는 데 실패했다. 결국 올해 초 모토로라를 중국 레노버에 매각했다. 세계이동통신협회(GSMA)는 “스마트홈은 통신망을 이용해 집안을 자동으로 관리하는 새로운 플랫폼”이라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융합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