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LCC들의 '커퓨 타임' 단축 요구
“이제는 말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공군과 공항 인근 주민들의 눈치만 볼 수는 없어요.”

최근 정부가 영남 신공항 건설을 다시 추진한다는 소식에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관계자들이 “야간 운항금지 시간(커퓨 타임·curfew time) 규제부터 완화해야 한다”며 하는 소리다.

‘커퓨 타임’은 항공기 소음 방지 및 군사 보안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24시간 운영되는 인천공항을 제외한 14개 공항에 모두 적용되고 있다. 국내선 노선이 몰려 있는 김포공항과 김해공항, 제주공항의 커퓨 타임은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다. 이 시간대엔 모든 민간 여객기들이 해당 공항에 이착륙할 수 없다.

LCC들이 커퓨 타임 때문에 비명을 지르는 이유는 노선 스케줄 조정 문제 때문이다. 특히 김해공항과 제주공항은 제주를 찾는 중국인 단체관광객들로 매일 붐빈다. 김해공항 관계자는 “오전 9시부터 11시, 오후 6시부터 9시엔 중국인 환승객들을 태운 여객기가 몰려 활주로가 가장 정신 없는 시간”이라고 전했다. 공항 슬롯(시간당 여객기 이착륙 횟수) 한계가 34회인 제주공항은 성수기인 현재 슬롯이 평균 33회에 달하는 실정이다.

한 LCC 임원은 “만일 저 많은 비행기가 기상악화나 기체 결함으로 저녁 시간대에 운항이 지연되면 커퓨 타임에 걸려 비행이 다음날로 연기돼 탑승객 수백명의 발이 꼼짝없이 묶여 버린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커퓨 타임 때문에 스케줄이 줄줄이 꼬여 당일 300~400명이 한 번에 묵을 호텔을 찾거나 전세 버스를 동원하는 일이 잦다”고 하소연했다. 또 “커퓨 타임을 설과 여름휴가, 추석연휴 등 성수기만이라도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국내 LCC들은 지난 25일 국토교통부 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지방 공항 활성화에 상당히 기여했다. 김해공항 국제선만 하더라도 2009년 LCC 비중이 6%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37%로 급증했다. 관광산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라도 정책당국자들은 LCC 업계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할 것 같다.

이미아 산업부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