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92) 기준금리 인하
마 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25%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기준금리로 대표되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재정정책과 함께 성장, 고용, 물가, 국제수지 등을 대상이나 목표로 하는 거시 경제정책의 중요한 한 축이다. 오늘은 기준금리 변경의 의미를 복습해보자.

기준금리는 환매조건부채권(환매채)이라는 채권 거래에 적용되는 금리다. 채권은 돈을 빌려줬다는 증서인데, 일반적으로 얼마를 언제까지 빌리고 그 기간 안에 어느 정도 이자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어떤 사람이 채권을 살 때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보통 두 가지이다. 첫째 채권에 적혀있는 이자와 둘째 가능한 한 채권을 싸게 사서 생기는 차익이다. 예컨대 원금이 100만원인 1년 만기 채권을 95만원에 사면 1년에 약 5%의 수익을 거두게 된다. 100만원짜리를 95만원에 샀기 때문이다. 만약 채권 가격이 다음날 97만원으로 오르면 바뀐 가격에 채권을 산 사람은 1년에 약 3% 수익이 생긴다. 즉 채권 가격이 올라 만기 때 받을 원금에 가까워질수록 투자금 대비 수익률은 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기준금리를 낮춘다는 것은 환매채 가격이 오르도록 하겠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어떤 것의 시장가격이 오를 때는 그것이 상대적으로 귀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환매채 가격을 올리기 위해 실제로 하는 행동은 환매채를 사들이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수시로 시중은행과 환매채를 거래하는데, 한국은행이 환매채를 사들이면 시중은행에는 환매채 대신 돈이 들어온다. 결과적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노력은 민간에 통화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돈이 흔해지면 ‘돈값’도 떨어져서 돈을 꿀 때 적용되는 전반적인 금리 수준이 낮아지게 된다. 요약하면 기준금리를 인하하겠다는 발표는 환매채 매입을 통해 시중에 돈을 풀겠다는 한국은행의 의지 표현이다. 이러한 통화정책을 ‘확장적’ 통화정책이라 한다.

왜 시중에 돈을 풀려고 할까. 교과서적인 답은 돈이 흔해지고 금리 수준이 낮아지면 소비와 투자가 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더욱 중요한 점은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 자체를 만드는 것이다. 경기가 좋아지고 소득이 늘 것이라는 기대는, 그러한 기대로 소비와 투자가 늘기 시작하면 그 결과 생산이 촉진되고 소득이 늘게 된다는 점에서 ‘자기충족적 기대(self-fulling expectation)’가 될 수 있다. 즉 기대가 현실을 낳는 것이다.

거시 경제정책의 다른 한 축인 재정정책의 경우 정부는 이미 경기가 좋아지는 게 느껴질 때까지 갖은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 발표로 일단 긍정적인 기대 형성의 공조는 된 셈이다. 구체적인 방법에야 이런저런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회가 기대와 희망을 키우는 데 전력을 다해주기 바랄 뿐이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