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전선에 엔저 비상등이 다시 깜빡이기 시작했다. 25일 원·엔 환율은 6년 만에 100엔당 980원 선이 무너졌다. 내수 부진에 발목 잡힌 한국 경제엔 또 다른 악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날 원·엔 환율은 100엔당 978원41전(서울외국환중개의 최초 고시 기준)으로 7원58전 급락(원화 가치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2008년 8월25일(960원16전) 이후 6년 만의 최저치다.

지난 11일 100엔당 1016원대였던 원·엔 환율은 이후 9거래일 동안 하루 빼고 계속 내렸다. 엔화 가치가 달러 대비 떨어지면서 원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인 것이다. 이 기간 엔화 가치는 달러당 102엔대에서 104엔대로 크게 내렸다. 장중 104엔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 1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이라크 사태 등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엔화 약세는 다소 이례적이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는 금융시장 위기감이 커질 때마다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과장은 “최근 엔화는 각국 금리 차이에 더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