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방송광고와 주파수 등 문제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해명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방송광고와 주파수 등 문제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해명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인터뷰를 시작하고 10분 정도 지나자 마실 물을 찾았다. 한 모금 들이켠 뒤 얘기를 서둘렀다. “아쉬웠던 것은…”이라는 말도 자주 반복했다. 취임한 지 넉 달가량 지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57). 가슴에 담아둔 말이 많은 듯했다. 어떤 질문에는 “물어봐줘서 고맙다”는 인사까지 덧붙였다.

[월요인터뷰]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휴대폰 보조금 일부에만 특혜…'호갱님' 손해 안보게 할 것"
그의 이름은 요즘 들어 부쩍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방송광고와 주파수 등 민감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환호와 비난이 동시에 쏟아진다. 방송과 통신, 지상파와 유료방송 등으로 명확하게 양분된 시장. 그 살벌한 틈바구니에서 최 위원장은 호된 신고식을 치르는 중이다. 법관 출신이기 때문일까. 그는 인터뷰 내내 ‘원칙’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판결문의 문구 하나를 놓고 트집을 잡기보다는 그런 결정이 내려지게 된 배경이나 원칙을 큰 틀에서 이해해 달라는 부탁으로 들렸다.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에 대한 비난이 적지 않습니다.

“이 제도의 시행 목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방송광고 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차원입니다. 인터넷과 모바일로 쏠리는 흐름을 좀 막아보자는 것이죠. 그리고 규제완화라는 측면도 있습니다. 지상파 광고에는 아주 세분화된 칸막이가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그런 규제는 없습니다. 너무 지나친 측면이 있어서 이번에 정리하기로 한 것입니다. 지상파만을 돕자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방통위가 구조적으로 지상파 편을 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어느 쪽의 편을 든다는 것은 너무 이분법적인 생각입니다. 지난 3월 정부조직법이 개정되면서 케이블TV와 PP(유료방송채널) SO(케이블방송사)는 미래창조과학부가 관장하고, 방통위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상파 관련 대책은 우리 쪽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방통위 관장 업무 내에서도 지상파와 종편 등 서로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한쪽으로 기운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유료방송이 지상파와 동등하게 경쟁하기엔 아직 이르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지상파와 기타 방송 사이에 경쟁력 차이가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차별화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접근합니다. 광고총량제를 하더라도 유료방송에 더 혜택을 줄 겁니다. 간접광고가 대표적입니다. 현재 ‘100분의 5’인 간접광고 비율을 ‘100분의 10’으로 늘려줄 계획입니다. 어디까지 간접광고가 허용되는지에 대한 규정도 명확하게 할 생각이고요.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겁니까.

“방통위가 마치 중간광고를 곧 허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일단 지금 당장은 중간광고를 허용할 계획이 없습니다. 사실 광고 시장이라는 게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일단 광고총량제를 실시한 뒤 상황을 보려 합니다. KBS 수신료 문제도 감안해야 하고요. 아무튼 올해 안에는 중간광고를 추진하지 않는다고 보면 됩니다.”

▷광고총량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되나요.

“토막 광고, 자막 광고, 프로그램 광고 등으로 세세하게 나뉜 규제를 없애는 게 핵심입니다. 방송광고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광고 형태가 나와야 하는데 촘촘히 칸막이가 쳐져 있는 상태에서는 그런 게 어렵다고 판단한 거죠. 시간당으로 묶여 있는 규제도 프로그램 기준으로 바꿀 예정입니다. 유료방송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프로그램당 광고 허용 비율은 지상파 쪽을 상대적으로 좀 낮게 하려고 합니다.”

▷700㎒ 주파수 대역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주파수는 국가 자산입니다. 그리고 한정된 자원입니다. 그걸 어디에 쓰는 게 국민에게 가장 효율적인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이 원칙에 의하면 700㎒ 대역 중 20㎒는 국가 재난망에 최우선적으로 쓰여야 합니다. 40㎒는 이미 통신사에 배정돼 있고요. 문제는 지상파가 요구하는 초고화질(UHD) 방송인데…. UHD 방송까지 하기엔 주파수 대역이 조금 모자랍니다. 하지만 기술 발전 추이를 볼 때 지금보다 더 적은 주파수로도 방송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주파수 사용에 관해 종합적인 검토를 해보자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통신사에 할당된 주파수 대역을 지상파에 준다는 쪽으로 해석돼 한동안 힘들었습니다.”

▷통신사에 배정된 40㎒는 건드리지 않겠다는 말씀이죠.

“표현이 참 어려운데…. 가능하면 그 부분은 건드리지 않고 방법을 찾아보는 게 방통위 역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미 정해져 있는 거니까요.”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MMS)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이른 시일 내에 EBS를 통해 시범 서비스 형태로 해볼 생각입니다. 다른 지상파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고요. EBS는 현재 수능방송은 무료로 하고, 외국어나 초·중학교 대상 방송은 모두 유료방송으로 하고 있습니다. MMS로 EBS 채널이 늘어나면 사교육비 절감 등 공익적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10월부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됩니다. 보조금 과열 경쟁이 사라질까요.

“완전히 없어진다고 단정하긴 힘들지만, 여러 제도적 장치가 있는 만큼 거의 없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선 앞으로는 통신사가 보조금 액수를 대리점 매장마다 커다랗게 공시해야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예전처럼 보조금을 과도하게 지급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어요? 긴급중지명령도 부담이 될 것입니다. 과거에는 번호이동 가입자가 갑자기 늘어나더라도 대처가 늦었던 게 사실입니다. 조사에 들어가고, 벌점을 계산하고, 주도적인 사업자를 골라내고 하려면 최소한 두 달은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긴급중지명령을 통해 곧바로 제재를 가할 수 있습니다. 바로 찬물을 끼얹는 격이죠. 그러면 통신사들도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이제는 이런 방법으로는 안 되겠구나.”

▷보조금 경쟁이 사라지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손해 아닌가요.

“하하. 싸게 살 수 있어서 좋은데 왜 보조금을 낮추려고 하느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지금까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보조금을 많이 준 적이 있었는지. 늘 일부 사람만 혜택을 보고, 저 같은 호갱님(어수룩한 구매자)만 제값 내고 사는 구조였죠. 휴대폰을 싸게 샀다면 결국 누군가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얘기가 됩니다.”

▷보조금 규제가 시장을 오히려 왜곡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단통법은 한국에만 있는 규제인 게 사실입니다. 휴대폰 가격을 왜 정부가 정하려고 하느냐는 지적도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100만원짜리 스마트폰이 공짜에 팔리는 것은 아무래도 비정상입니다. 누군가는 그러더군요. 비행기 표도 가격이 천차만별이지 않느냐고. 하지만 거기에는 ‘빨리 예약할수록 싸게 판다’는 나름의 룰이 있습니다. 요컨대 지금까지의 보조금 경쟁은 시장경제와 공정 경쟁의 한계를 넘었다는 얘기입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판사생활 28년 법조인…주량 폭탄주 30잔 넘어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1986년 판사로 임용된 뒤 28년간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09년 방송통신위원위가 출범한 이후 첫 법조인 출신 위원장이다. 모범생 같은 인상과 달리 주량이 센 것으로 유명하다. 본인은 “분위기 맞추는 정도”라며 손사래를 치지만 주변에서는 폭탄주 30잔 정도는 거뜬하다고 입을 모은다.

삼형제 중 장남으로 바로 밑 동생(최경준)은 법무법인 양현 대표변호사, 막내 동생(최기준)은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로 활동 중이다.

△경기고·서울대 법대 졸업 △서울고등법원 판사 △특허법원 부장판사(1998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2002년)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2006년) △서울고법 부장판사(2007년) △지적재산권법연구회 회장(2009~2011년) △춘천지방법원장(2012년) △서울고법 부장판사(2014년)

정리=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