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가 무슨 뜻…타이어 고를 땐 '다빈치 코드' 해석하라
장거리 운전을 앞둔 명절만 되면 타이어를 걱정하는 소비자가 꽤 많습니다. ‘먼 고향집까지 문제없이 달릴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 ‘4~5년 지났으니 이제 새 타이어로 바꿔야 하나’ 생각하면 곧바로 ‘어디가 제일 싸지’라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싸다고 덥석 사기는 어렵습니다. 불량 타이어는 아닌지, 오래된 타이어는 아닌지 꼼꼼히 체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로선 이런 것을 직접 챙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행히 참조할 몇 가지 숫자가 있습니다. 타이어의 숫자만 잘 해독해도 엉터리 불량 타이어를 사는 일은 막을 수 있습니다. 카앤조이가 타이어 속에 숨어있는 숫자의 비밀을 풀어드립니다.

타이어 비밀은 ‘네 자릿수’에 있다

'2014'가 무슨 뜻…타이어 고를 땐 '다빈치 코드' 해석하라
주위에 ‘타이어, 신발보다 싼 곳’ ‘2+2, 50% 할인’이라는 간판을 내건 타이어 판매업소가 있습니다. 싼 가격이 반갑긴 하지만 불량 타이어가 아닌가 의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타이어 품질은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듭니다. 그래도 오래된 타이어인지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타이어의 생산 시기는 네 자릿수로 표기돼 있습니다. 휠과 가까운 쪽 타이어 겉면에 아주 조그맣게 적혀있습니다.

그러나 언뜻 봐서는 무슨 뜻인지 알기 힘듭니다. 일부 타이어 업계 종사자들은 ‘다빈치 코드’라고까지 부릅니다. 가령 ‘2014’라고 쓰여 있는데요, 이걸 2014년이라고 읽으면 안 됩니다. 2014년 5월께 생산했다는 뜻입니다. ‘2014’라는 숫자 중 뒤의 두 자릿수가 14년, 즉 2014년을 의미하고요. 앞 두 자릿수는 20주째, 다시 말하면 2014년의 20주차에 만들었다는 겁니다. 1년이 52주니 20주이면 5월께겠죠.

현재 시점에서 가장 따끈따끈한 타이어엔 ‘3314’라 쓰여 있습니다. 2014년의 33주차인 8월에 제조한 타이어의 다빈치코드가 ‘3314’니까요. 이 네 자릿수는 국제 공통 기준입니다.

다른 곳보다 타이어값이 싸다면 이 네 자릿수를 확인해 보는 게 좋습니다. 뒤의 두 자릿수가 10이나 11이라 쓰여 있으면 안 사는 게 낫겠죠. 2011년 이전에 만들어졌으니 무늬만 새 타이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타이어 업계에서는 유통기한을 따로 두지 않지만 보통 만든 지 30개월 이상 되면 유통하지 않는 게 ‘상도의’입니다.

타이어 안에 수학 있다

'2014'가 무슨 뜻…타이어 고를 땐 '다빈치 코드' 해석하라
타이어 속 숫자는 또 있습니다. 제조 시기가 네 자리 단문이라면 이번엔 장문으로 좀 더 난해합니다. 대신 더 크게 쓰여 있어 잘 보입니다. 휠에서 좀 더 먼 쪽을 보면 영문과 숫자가 섞여 있는 것이 있죠. 예를 들어 ‘235/55ZR 17’(그림 참조) 이런 식으로 쓰여 있습니다.

처음 235는 단면 폭을 의미합니다. 지면과 접촉하는 타이어의 가로 넓이가 235㎜라는 거죠. 이 숫자는 10 단위로 변합니다. 235 다음이 245겠죠.

그다음에 있는 숫자 55는 조금 복잡합니다. 자동차 바퀴에서 휠 부분을 뺀 타이어만의 두께, 이걸 단면 높이라고 하는데요. 이 단면 높이를 단면 폭으로 나눈 숫자에 100을 곱한 게 편평비입니다. 이걸 또 시리즈라고도 부릅니다. 55라는 건 타이어의 가로 넓이(단면폭) 대비 세로 두께(단면높이)의 비율이 55%라는 거죠. 이 시리즈 숫자는 5씩 변합니다. 55시리즈, 60시리즈는 있지만 56시리즈나 57시리즈는 없다는 거죠.

‘235/55ZR 17’에서 뒷자리 17은 휠의 직경이 17인치라는 뜻입니다. 이 휠의 크기를 키우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휠의 인치를 키운다는 뜻에서 ‘인치업’(inch up)이라고 합니다. 돈 들여 인치업을 하는 건 핸들링과 제동력을 좋게 하기 위해서죠. 대신 차량 연비는 떨어집니다.

인치업으로 휠을 키우면 타이어 두께(단면높이)가 줄어들겠죠. 편평비(시리즈)의 분자가 줄어드니 시리즈 숫자가 작아집니다. 이때 법칙이 있습니다. 휠을 1인치 키우면 타이어 시리즈 숫자는 5 작아집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 생각하면 됩니다. 17인치에서 18인치가 되면 55ZR이 50ZR로 줄어드는 거죠.

무조건 운전석 문틈을 살펴라

타이어는 보통 5만~6만㎞마다 갈아줘야 합니다. 가장 확실한 건 타이어가 지면과 닿는 부분에 1.6㎜ 높이로 볼록하게 표시돼 있는데 이 부분이 보이면 타이어를 바꿔줄 때가 됐다는 표시입니다(그림 참조). 안전을 위해 그 전에 바꾸는 분들도 적지 않죠.

타이어 교체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앞서 말씀드렸듯이 타이어 가격과 제조 시기입니다. 그다음은 공임이죠. 타이어값을 깎아준다고 해놓고는 공임으로 바가지를 씌우는 정비소가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16인치 이하의 타이어를 교체할 때 공임은 타이어 한 개에 1만원 정도입니다. 17인치 이상 타이어는 한 개에 1만5000원가량입니다. 물론 고성능 타이어나 고급 차량은 더 받기도 하지만 적정 공임보다 너무 비싸면 따질 필요는 있겠죠.

공임뿐 아니라 타이어 공기압에도 적정선이 있습니다. 정비소에서 대부분 공짜로 점검해주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차 모델마다 적정 공기압이 다른데 정비소에서 대충 볼 수도 있죠. 운전자 입장에서 한번 확인하고 싶다면 운전석 쪽 문을 살피면 됩니다. 운전석 문을 열어 차량 안쪽을 보면 적정 공기압이 쓰여 있습니다. 정비소에서 공기압이 맞는지 확인해 보세요. 타이어 적정 공기압을 유지하는 게 차량 연비를 향상시키는 지름길입니다.

물론 요즘 나오는 차들은 타이어 공기압을 체크해 실시간으로 계기판에서 보여줍니다. 이런 옵션이 없는 차라면 운전석 문 쪽에서 눈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겠죠.

타이어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쉬어야 합니다. 추석 연휴에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는 2시간 달리면 15분은 쉬는 게 운전자뿐 아니라 타이어 건강을 위해서도 좋습니다. 지금까지 알려드린 타이어 상식을 기억하고 안전운전하세요.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