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대형株, 가벼운 몸놀림
아모레퍼시픽의 22일 시가총액은 12조6738억원이다. 작년 말(5조8458억원)에 비해 두 배 넘게 불어났다. 시가총액 순위도 45위에서 17위로 뛰었다. 큰 덩치 때문에 뛰기도 힘들 것 같은 대형주가 높게 날고 있는 셈이다. ‘비상하는 대형주’는 도처에 널렸다. 시가총액 100위 안에 있는 한샘 아모레G 등도 올 들어 두 배 이상 덩치를 키웠다. 수출주 성장 둔화, 내수경기 침체 등으로 종목 선별이 까다로워지면서 특정 종목에 매수세가 몰리는 선택과 집중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몸집 불어도 가볍기만한 주가

22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위 100위 내 대형주 중 10개 종목의 시가총액이 50% 이상 증가했다. 호텔신라의 시가총액이 작년 말 2조6100억원에서 이날 5조237억원으로 92.5% 늘어났고, LG이노텍(전년 대비 87.1%) 현대산업(72.2%) CJ대한통운(63.5%) 등도 몸집을 크게 불렸다. 작년엔 시가총액 100위 내 종목 중 두 배 이상 덩치가 커진 것은 네이버와 한샘뿐이었다. 시가총액이 늘어난 다른 종목들의 증가율도 60%를 넘지 못했다.

덩치만 커진 게 아니라 주가도 높아졌다. 롯데제과 롯데칠성 아모레퍼시픽 등 3개 종목 주가는 200만원을 넘어섰고, 100만원을 넘는 종목 수도 지난해 5개에서 6개로 늘었다.

반면 이들 종목의 주가 변동폭은 오히려 커졌다. 한샘 주가는 이날 한때 11만5000원으로 전일 대비 6.9% 급등했다 보합권으로 밀려났다. 아모레퍼시픽은 하루 평균 등락률이 지난 6월 1.16%에서 지난달 1.58%, 이달 1.78%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실적 검증된 성장주에 수급 집중”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소형주에서 대형주로 증시 무게 중심이 옮겨온 가운데 대형주 안에서도 실적 성장이 뒷받침되는 종목들에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증시를 주도하던 대형 수출주들의 성장이 둔화되고 내수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일부 종목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저성장 국면에서는 실적 가시성이 좋은 종목들이 강세를 보인다”며 “특히 최근 증시를 주도하는 수급 주체가 외국인이다 보니 대형주 안에서도 성장성이 뒷받침되는 종목들이 1차 매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수세를 배경으로 주가가 오른 대형주는 기관 등 국내 수급이 가세하면서 상승폭이 더 커지는 선순환을 지속해나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내 증시 ‘투톱’인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이사는 “겉보기엔 덩치가 커 보이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한 대형주들의 시가총액 규모 차이는 크지 않다”면서 “외국인이나 기관의 매수 대상이 되는 종목은 상대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형주는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야 하는 기관 등이 당분간 보유하거나 추가 매수하는 경우가 더 많아 상승세를 이어가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