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種子회사 없으면 中서 무·당근 못먹는다
종자기업 농우바이오 인수전이 치열하던 지난 2월, 인수전에 참여한 농협경제지주와 IMM, 스틱인베스트먼트의 기업 실사팀은 며칠 간격을 두고 각각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들이 공통으로 찾은 곳은 허베이성 헝수이시에 있는 농우바이오 허베이육종연구소. 농우바이오의 핵심 가치가 중국 현지법인인 세농종묘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농우바이오는 대표적인 국내 ‘토종 종자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중국 종자 시장에서도 외국계 기업 중 점유율 5위에 올라 있다. 무와 당근 등 일부 채소 종자 부문에서는 독보적인 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20년 중국 투자의 결실

농우바이오는 작년 8월 창업자인 고희선 전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유가족들은 상속세를 부담하기가 버거워 고 전 회장이 남긴 회사 지분 52.82%를 농협경제지주에 매각했다.

세농종묘는 한·중 수교(1992년) 직후인 1994년 설립됐다. 이때만 해도 몬산토와 신젠타 등 글로벌 종자기업들은 중국 시장에 관심이 없었다. 설립 초기 세농종묘는 농우바이오의 ‘중국 현지 생산공장’ 역할에 머물렀다. 한국에서 팔 무와 배추 종자를 생산하는 것이 주 사업이었다.

설립 10년째가 되던 2004년 고 전 회장은 ‘제2의 10년’을 준비하기 위해 중국 투자를 확대했다. 베이징연구소 규모를 6만6000㎡에서 8만8000㎡로 늘렸고, 헝수이(66만㎡)와 광둥성 광저우(6만6000㎡)에는 새롭게 연구소를 세웠다. 이 과정에서 세농종묘의 자본금은 93억원으로 불어나 한국 본사(72억원)보다 규모가 커졌다.

◆中 입맛 사로잡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국 종자 시장은 농가에서 재배한 작물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재래종’이 주를 이뤘다. 종자기업들이 인공적으로 생산한 ‘교배종’은 발을 붙이기가 힘들었다. 다국적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외면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세농종묘는 중국에선 봄에 재배할 수 있는 무가 없다는 점에 주목해 ‘백옥무’라는 품종을 개발, 1996년 중국 시장에 선보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한때 무 종자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면서 백옥무는 중국에서 봄 무의 대명사가 됐다.

후발 주자들의 시장 참여로 봄 무 종자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세농종묘는 2009년 ‘301 무’라는 새 종자를 출시했다. 중국인들은 길이 30㎝ 정도인 순백색 무를 가장 좋아하지만 재래종으로는 이런 무 생산이 쉽지 않다는 데 주목해 개발한 것이었다. 이 제품 역시 반응이 좋았다.

중국의 당근 종자 시장은 2007년까지도 재래종이 대다수였다. 이런 흐름을 바꿔놓은 것도 세농종묘였다. 표만문 세농종묘 대표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중국의 당근 수출이 늘기 시작했는데 재래종은 엄격한 수출품 요건을 충족하는 당근으로 자라는 비율이 낮았다”며 “이런 시장 변화를 포착해 당근 종자를 내놓자 시장점유율이 70%까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무와 당근 종자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린 덕분에 설립 첫해 164만위안(약 2억7000만원)에 불과하던 세농종묘의 매출은 지난해 9798만위안(약 163억원)으로 20년 새 약 60배로 불어났다. 표 대표는 “세농종묘가 중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건 한국 본사의 연구개발 능력과 중국 현지법인의 시장 흐름 분석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