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야경=SORA
/뉴욕 야경=SORA
“1위. 런던 (영국) 2위. 뉴욕 (미국) 3위. 파리 (프랑스) 4위. 싱가포르 5위. 도쿄 (일본) 6위. 홍콩 7위. 두바이 (UAE) 8위. 베이징 (중국)·시드니 (호주) 10위. 로스앤젤레스 (미국)·샌프란시스코 (미국)·토론토 (캐나다)”

이는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최근 선정해 발표한 ‘2014 영향력 기준의 세계 도시 순위’입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비록 톱10엔 들지 못했지만 16위에 랭크돼 상하이 (19위, 중국), 아부다비 (UAE, 20위)와 더불어 앞으로 랭킹 상승곡선을 그릴 유력한 아시아 도시로 평가됐습니다.

이 같은 도시 순위에 국내 네티즌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8월 20일 현재 ‘세계 영향력 있는 도시 1위’가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로 급부상한 실정 입니다.인터넷 중심의 매체들은 앞 다투어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고요.

국내 네티즌들은 특히 이번 포브스의 영향력 있는 도시 랭킹에서 과거와 다른 포인트인 평가의 기준에 주목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번 도시 영향력의 평가 기준에서 이른바 ‘덩치’가 배제됐다는 사실인데요. 이는 인구가 가장 많은 10대 도시 가운데 이번 톱 10에 든 곳은 도쿄, 뉴욕, 베이징 3개에 불과했다는 것이 꼽힙니다.

포브스지는 실제 선정 발표를 통해 “과거에는 단순히 가장 큰 도시가 가장 중요한 도시였지만 오늘날 도시의 크기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까닭에 “일자리 수보다 자본과 정보의 능률성과 접근성이 더 중요하고, 내수인지 국제경제활동인지 반영하지 못하는 국내총생산 (GDP)은 잘못된 측정 수단”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이번 포브스의 도시 랭킹 평가지표로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 ‘글로벌 기업 본사의 집중도’ ‘항공교통의 편리성’ ‘제조업의 수준’ ‘금융서비스 기술·미디어 파워’ ‘인종 다양성’ 등이 활용됐다고 합니다.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인천이 글로벌 영향력 있는 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지향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합니다.
/런던올림픽 개막식 = TV촬영
/런던올림픽 개막식 = TV촬영
포브스에 따르면 런던은 총 42점을 얻어 40점에 그친 뉴욕을 따돌리고 1위에 올랐습니다. 포브스지는 선정발표를 하면서 “영국의 영향력은 쇠퇴했지만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서 런던의 위상은 비교불가”라고 평가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도시 런던에 대한 포브스의 이 같은 평가는 영국의 윔블던테니스대회에서 유래한 ‘윔블던 효과 Wimbledon Effect의 실제’라는 분석이 따릅니다.

‘더 챔피언십’으로 불리는 윔블던테니스대회는 올해 2014년으로 136회째를 맞았고 세계 최고 권위의 대회로 불립니다. 특히 대회 하이라이트는 맨 마지막에 결승전이 열리는 남자 단식이 꼽힙니다.

그런데 이 종목에서 개최국 영국은 1936년 프레디 페리의 우승 이래 2012년까지 76년 동안 자국 출신 선수가 우승하는 것을 목격하지 못했습니다. 2012년 우승컵 소유자인 스위스 출신의 로저 페더러를 비롯해 모조리 외국인입니다.

이에 따라 윔블던테니스대회에서는 “잔치 잔치 벌였네. 외국인 잔치 벌였네”라는 조롱과 함께 주인과 손님이 뒤바뀐 ‘주객전도 (主客轉倒)의 대회‘로 해석되기도 했습니다.

윔블던테니스대회의 사정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대회 개최국 영국은 이를 통해 엄청난 규모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대회 관람을 위해 전 세계로 부터 몰려든 관광객이 뿌리는 돈과 TV중계료 광고비 등이 엄청난 까닭입니다. 윔블던 후광 효과인 셈입니다.

윔블던에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던 1986년, 지난해 세상을 떠난 ‘철의 여인’ 마가릿 대처 총리는 영국 금융시장의 개방과 규제철폐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였습니다. 이 결과, 영국의 증권회사를 비롯해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도산했습니다. 대신 미국과 유럽의 자본이 절반 이상의 영국 금융회사들을 차지하는 기현상이 발생했고요.

그러나 대처의 금융시장 개방 정책에 힘입어 영국 런던은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와 더불어 국제 금융의 메카로 부상했고 국부의 3분의 1이 금융에서 창출되는 효과를 거두었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평가입니다. ‘윔블던 효과’ 탄생의 배경입니다.

[7이란 숫자와 함께 깨진 윔블던 징크스=1877년 시작돼 135회째를 맞은 지난해 (2013년) 7월 7일 열린 윔블던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개최국인 영국 출신의 앤디 머리가 세르비아 출신의 노바크 조코비치를 3 대 0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

당시 영국출신이 이 대회에서 우승자로 기록된 것은 1936년 프레디 페리 이후 77년 만. 머리가 받은 우승상금은 160만 (1+6+0=7) 파운드. 앤디 머리의 이날 승리는 개인 통산 7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노린 조코비치의 희망을 좌절시킨 결과.]

포브스는 이번 영향력 있는 도시 선정에서 런던에 대해 시차적인 이유로 뉴욕 보다 아시아와의 비즈니스가 용이한 점도 높게 평가했습니다. 런던은 항공 편리성에서 두바이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3000개에 달하는 정보기술 IT 스타트업의 탄생지라는 점도 높은 점수가 주어졌습니다.

2위 뉴욕도 런던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 금융산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특히 거래소 상장 기업의 시총 규모는 런던의 10배가 넘어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미디어 산업에서 영향력도 압도적인 1위로 평가받았고요. 2위 뉴욕과 3위 파리는 점수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