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점에서는 정신적 후유증상 완치된 학생 없어"

세월호 참사를 겪은 안산 단원고 생존자 상당수가 1년에서 1년 6개월 이상 정신과적 상담과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법정에서 제시됐다.

단원고 생존자 75명 가운데 20~30명을 상담한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양모씨는 20일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세월호 승무원들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학생들의 심리 상태를 설명했다.

양씨는 사설 해병대 캠프 사건, 마우나 리조트 사건 등 피해학생의 심리치료를 맡아왔다.

검사는 1년 이상, 1년 반 이상 치료·관찰이 필요한 것으로 각각 진단된 단원고 학생 2명의 소견서를 법정에서 제시했다.

양씨는 "사고 발생 1년이 되는 날을 잘 넘기는지 반응을 살필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75명 전체가 아닌 개개인이 극복해야 할 것을 파악해 개별적인 접근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존 학생에게 나타나는 특이한 트라우마 증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양씨는 정의구현, 생존자 죄책감 등 두 가지 특징을 거론했다.

정의구현이란 자신이 당한 사고가 도저히 설명되지 않을 때 책임이나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고 생존자 죄책감은 다른 사람을 구하지 못한 데 따라 나타나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양씨는 아무리 밝아 보이는 학생도 집에 가면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뉴스에서 관련 영상이 나오면 기분이 가라앉아 지금 시점에서 증상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학생은 없다고 단언했다.

재판장이 "승무원 재판에 학생들을 증인으로 부르는데 부담을 느꼈다"고 반응을 묻자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배려하는 것을 느껴 좋았다고 이야기하는 학생들이 많다. 다음 기회에는 증언하겠다거나 증언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재판을 마치고 유가족은 진술권을 얻어 "유가족도 트라우마를 겪는다"며 "자식을 잃은 부모는 특별법을 위해 싸우고 있고, 자식들 돌봐야 하는데 같이 있을 시간도 없고 마음 쓸 여력도 없어 자식들한테 죄스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호소했다.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sangwon7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