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 사장 "한전, 앞으로도 흑자 문제 없어"
서울 삼성동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이었다. 한전은 지난해 6년 만에 흑자(1743억원)로 돌아선 데 이어 올해도 무난히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조 사장이 취임할 당시인 2012년 12월17일 2만8650원이던 주가는 20일 4만3000원에 마감해 상승률이 50%에 이른다.

조 사장은 “자산 매각이 부채 감축에 어느 정도 도움은 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이익을 지속적으로 내는 회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 체질을 개선해 글로벌 전력서비스회사로 거듭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올여름은 시원해서 실적이 예상보다 안 좋을 것 같다.

“작년처럼 전력대란이 없어 다행이라는 마음이 든다. 다른 한편으론 대목인 8월 전력판매 실적에 문제가 있어 안타깝지만 올해 흑자기조를 이어가는 건 문제 없다.”

한전은 올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2조56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순이익은 752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조4244억원 적자)에 비해 출발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증권은 지난 8일 2분기 실적을 토대로 한전이 올해 영업이익 5조956억원, 순이익 1조8459억원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에 두 차례 전기요금을 인상한 효과 아닌가.

“아직도 전기요금은 원가의 90% 중반대다. 환율이 떨어지고 유가가 안정된 덕분에 연료비도 감소했다. 이런 환경이 과거에도 있었으나 그땐 이익을 내기 힘든 구조였다가 지금은 바뀌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

▷무슨 뜻인지.

“사장으로 와서 보니 한전은 소통이 안 되는 조직이었다. 정부와 시장과도 단절돼 있었다. 직원들 사이엔 ‘말을 해봤자 피해만 본다’는 인식이 파다했다. 그때부터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써서 보내기 시작했다. 취임 두 달 뒤인 작년 2월3일부터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13통의 메일을 2만명의 직원들에게 보냈다.”

▷이메일 효과가 컸나 보다.

“그동안 직원들은 패배감이 많았던 것 같다. 처음엔 성묘한 이야기 등 사사로운 걸 썼다. 직원들은 사장이 직접 쓴 글이 아니라 대필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지난해 여름 직원들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력대란 속에 ‘밑의 직원 휴가 잘라먹는 상사는 3대가 저주받을 것이다’라고 썼는데 직원들로부터 답장을 수백 통 받았다. 회사 익명게시판도 서버가 못 견딜 정도로 난리가 났다. 신뢰를 받으니까 일이 되더라. 밀양 (송전탑 건설) 사태 때도 용역을 한 명도 안 썼다. 모두 직원들을 내려보내 주민들을 설득했다. 말로 할 수 없는 고생을 직원들이 했다. 소통의 효과로 본다.”

▷작년 11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간 것도 소통 차원인지.

“시장과의 소통이다. 실적이 좋아지고 부채 감축도 자신이 있으니 간 거다. 외국 투자자들은 그동안 한전 주식을 한국의 대표주 중 하나로 매수했다. 이젠 재무구조 개선으로 체질 자체가 달라질 것 같으니 산다.”

▷목표한 대로 부채를 줄일 수 있나.

“전국에 있는 부동산과 보유하고 있는 주식들이 있다. 활용 가치가 떨어지는 자산을 모두 정리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것이다. 자사주를 모두 팔기로 했다. 물량이 많아 장외에서 기관투자가 등에 일괄 매각하는 블록딜 방식을 검토 중이다. 중국 필리핀 등 20개국에서 진행 중인 해외사업도 이익이 나기 시작했다. 체질을 개선해 글로벌 전력종합서비스회사가 되는 게 목표다.”

▷한전은 전력을 사서 파는 구조다.

“그래서 전기요금에 목을 매게 된다. 그걸 바꿔야 한다. 글로벌 전력종합서비스회사로 가야 한다. 2020년까지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사업을 하고, 2017년까지 6250억원을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에 쏟는 것은 다 이를 위해서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도 아직 수익이 확실치 않으니 먼저 투자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계획대로 하면 2020년까지 26만7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 공기업은 적자가 나면 안 된다. 국민에 더 부담된다. 흑자를 내고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 먹고살거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 공기업이다.”

▷배당도 늘릴 계획인지.

“작년에 6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면서 배당도 재개했다. 주당 90원이었는데 이보다 늘릴 것이다.”

KDB대우증권은 올해 한전이 주당 1100원으로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삼성동 본사 부지 매각 원칙은.

“공정하고 잡음 없이 팔아야 한다. 적절하게 높은 가격을 받고 싶다. 공식적으로 매입을 표명한 곳은 현대자동차밖에 없다.”

▷오는 11월 전남 나주로 본사를 이전한다.

“일본의 기업도시 도요타시를 생각하고 있다. 한전뿐 아니라 한전KPS, KDN, 전력거래소 등이 함께 이전한다. 협력업체만 100개 기업이 간다. 도요타시처럼 나주를 전력도시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공동연구소를 만들고 산학클러스터도 구성하는 방안이다. 나주시장과도 협의하고 있다. 다만 지역대학 할당 공채 같은 건 하지 않을 거다. 지역 학생들을 위하는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글 김재후/사진 정동헌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