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의 기획시리즈 ‘도 넘는 보험사기’(8월19~21일자)를 보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지난해 보험사기가 7만7112건, 5190억원이 적발돼 처음으로 한 해 적발금액이 5000억원을 넘었다고 한다. 5년 새 건수는 42.1%, 금액은 57.0% 늘어난 것이다. 가파른 증가세도 문제지만, 그 행태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보험금을 타내려고 엄마가 딸을 불구로 만들고, 남편이 부인과 동생을 살해하는 등 인면수심도 적지 않다. 지방 소도시에선 주민들이 단체로 보험사기를 벌이기도 했고, 의사 교사까지 가담해 직업 구분도 없다.

범죄 암수(dark figure)까지 포함하면 실상은 몇 배가 될 것이다. 보험사기로 새는 보험금이 한 해 3조4000억원(2010년 기준)에 달한다는 서울대와 보험연구원의 추산도 있다. 가구당 20만원을 사기범들에게 털리고 있는 셈이다. 재산상 손실만 문제가 아니다. ‘보험금=눈먼 돈’이란 한탕주의에 물들고, 서로를 못 믿는 저(低)신뢰 사회로의 퇴행은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모두의 손실이다.

보험사기는 사기 무고 위증 등 거짓말 범죄가 급증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3년 사기범죄가 29만1128건, 위증이 3420건, 무고(誣告)도 6244건이나 됐다. 2000년에 비해 사기는 두 배로 급증했고 위증과 무고도 1000건 이상 늘었다. 일본에서 한 해 사기가 5000여건, 위증과 무고는 10건 이하인 데 비하면 수십~수백배다. 더구나 위증 무고는 사법부를 상대로 한 거짓말이다. 한국 사회가 단단히 병들어 있는 것이다.

보험사기 근절대책으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험사기범의 22.6%만 징역에 처해지고 대부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친다. 하지만 단속과 처벌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거짓이 진실 위에 군림하고, 무리를 짓고 정치화하기만 하면 어떤 허구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이 지금의 한국 사회다. 보험사기 급증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이런 신뢰수준으로는 민주주의도 시장경제 체제도 뿌리내리기 어렵다.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