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험사기 급증, 거짓이 판치는 한국병 징후다
범죄 암수(dark figure)까지 포함하면 실상은 몇 배가 될 것이다. 보험사기로 새는 보험금이 한 해 3조4000억원(2010년 기준)에 달한다는 서울대와 보험연구원의 추산도 있다. 가구당 20만원을 사기범들에게 털리고 있는 셈이다. 재산상 손실만 문제가 아니다. ‘보험금=눈먼 돈’이란 한탕주의에 물들고, 서로를 못 믿는 저(低)신뢰 사회로의 퇴행은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모두의 손실이다.
보험사기는 사기 무고 위증 등 거짓말 범죄가 급증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3년 사기범죄가 29만1128건, 위증이 3420건, 무고(誣告)도 6244건이나 됐다. 2000년에 비해 사기는 두 배로 급증했고 위증과 무고도 1000건 이상 늘었다. 일본에서 한 해 사기가 5000여건, 위증과 무고는 10건 이하인 데 비하면 수십~수백배다. 더구나 위증 무고는 사법부를 상대로 한 거짓말이다. 한국 사회가 단단히 병들어 있는 것이다.
보험사기 근절대책으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험사기범의 22.6%만 징역에 처해지고 대부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친다. 하지만 단속과 처벌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거짓이 진실 위에 군림하고, 무리를 짓고 정치화하기만 하면 어떤 허구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이 지금의 한국 사회다. 보험사기 급증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이런 신뢰수준으로는 민주주의도 시장경제 체제도 뿌리내리기 어렵다.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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