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용 배터리 보호회로를 생산하는 넥스콘테크놀러지가 파나소닉 자회사의 회로기판 사업부를 인수했다. 국내 중소기업이 일본 대기업 사업부를 인수한 건 그 자체로 주목할 만하다. 인수액도 중소기업으로선 큰 최소 200억원 이상일 것이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넥스콘테크는 이번 인수로 LG화학, 삼성SDI 등에 90% 가까이 의존하던 매출처를 파나소닉 등 글로벌 시장으로 다변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국내 중소기업이 과감한 해외 인수를 통해 일약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넥스콘테크의 인수에 주목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툭하면 보호와 특혜를 요구하며 국내시장에 안주하려는 중소·중견기업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중견기업이 좁은 내수시장에 머무는 한 세계적인 히든 챔피언이 되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최근 중소·중견기업의 해외 인수 소식이 잇달아 들려 오는 건 반가운 일이다. 넥스콘테크 말고도 자동차 부품기업인 동국실업이 폭스바겐 협력업체인 독일 ICT사를 300억원에 사들였고,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사인 이수페타시스도 중국 TTL사를 26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해외 인수에 나서는 중소·중견기업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기업에 비하면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투자는 2012년 6억3000만달러로 대기업(55억4000만달러)과 비교하면 아직 한참 못 미친다. 내부 자원이 빈약한 중소·중견기업으로선 해외 인수야말로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다.

더구나 지금은 해외 인수를 공격적으로 시도해볼 만한 시기다. 세계 각지에 적지 않은 알짜기업들이 M&A 시장에 매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일본에선 전자업계 등의 구조개편으로 어려움에 처한 부품업체가 한둘이 아닌데다, 후계자를 찾지 못해 폐업하는 중소기업까지 속출하는 마당이다. 여기에 엔저까지 감안하면 국내 기업이 M&A에 나서기에 적기라고 할 수 있다. 이때를 놓치지 말고 제2, 제3의 넥스콘테크가 쏟아져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