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혜 파스웰드풍산레이저 사장이 인천 도림북로 본사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신원혜 파스웰드풍산레이저 사장이 인천 도림북로 본사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10만인에게 일자리를.’

지난 13일 인천 파스웰드풍산레이저 본사에서 만난 신원혜 사장 방에는 표구로 된 붓글씨가 걸려 있었다. 고(故) 안병욱 숭실대 명예교수가 쓴 것이다. 신 사장은 “남편이자 창업자인 고 정권근 대표의 창업 정신”이라며 “그의 유지를 따르기 위해 회사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0년 설립된 파스웰드풍산레이저는 레이저용접기를 전문으로 생산·수입하는 업체다. 레이저용접기는 산소나 초음파를 이용한 용접기보다 깨끗하고 정밀하게 용접할 수 있다. 이 회사는 독일 레이저용접기 생산기업 비전과 기술 제휴를 맺고 레이저용접기 생산·개발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 제조공장에는 대부분 이 회사 제품이 한 개 이상 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중소기업청으로부터 경영혁신형 중소기업,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수출유망중소기업 등으로 지정받았다.

신 사장은 2010년 창업자가 세상을 떠나자 대표가 됐다. 전업주부로 내조만 하던 신 사장에게 남겨진 건 회사와 함께 30억원의 빚이었다.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회사를 포기해야 하나 고민도 했다. 신 사장은 “주변의 격려와 도움 덕에 경영하기로 결심했다"며 “끝까지 회사에 애정을 갖고 있던 남편의 뜻을 이어보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그는 “남편과 함께 회사를 10여년 동안 이끌어 온 직원들의 기득권과 관성을 깨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을 안 하는 직원도 있었고, 대리점이나 거래처와 결탁해 이익을 챙긴 직원도 있었다. 한때 50억원이었던 연매출은 지난해 반 토막 났다. 이 와중에 회사는 부도 위기를 맞기도 했다. 신 사장은 “서울 가산동 본사 건물을 급히 처분해 부도를 막았다”며 “지난 3년 동안 회사를 성장시키기보다 정상화를 위해 애썼다”고 설명했다.

신 사장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외부에서 인력을 수혈했다. 이상금 상무 등 국내외 대기업에 다니던 인재 10여명을 데려왔다. 신 사장의 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한 이 상무는 “파스웰드풍산레이저는 작은 회사지만 이 회사가 취급하는 레이저용접기는 제조업에서 혁신을 일으킬 제품이라고 판단해 함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파스웰드풍산레이저는 독일 클린레이저와 제휴해 건물이나 기계의 묵은 때를 깨끗하게 지울 수 있는 레이저클리닝기기를 올해 주력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레이저클리닝기기는 초당 수만 줄기가 발사되는 레이저빔을 이용해 산화막, 녹, 이물질, 먼지 등을 짧은 시간에 제거할 수 있다.

향후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태양열집열패널 개발에도 나섰다. 난방이나 온수를 만드는 데 필요한 태양열과 전기를 만드는 데 쓰는 태양광을 동시에 생산하도록 해 효율성을 높이는 게 목표다. 또 값이 싼 알루미늄과 구리를 패널에 함께 사용해 원가를 낮추기로 했다. 신 사장은 “올해 매출 목표는 작년의 두 배인 50억원 이상으로 잡고 있다”며 “새로 시작하는 심정으로 경영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