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접구매(직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TV가 인기 품목으로 급부상 중이라고 한다. 한경 보도에 따르면 2011년 184대, 2012년 228대였던 TV 해외직구는 지난해 3450대로 1년 만에 15배가 늘더니 올 들어 7월까지 1만2000대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관세청은 연말까지 2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재밌는 건 해외직구로 들어오는 TV 대부분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업체 제품이라는 점이다. 같은 상품인데도 국내외 가격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해외직구 붐이 불고 있는 것이다. 제품 가격만 보면 국내가의 3분의 1에 불과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 경우 배송비와 각종 세금을 더해도 국내보다 30% 이상 싸게 살 수 있다. 대형 TV는 100만원 이상 싸게 구입할 수도 있다고 한다. 특히 해외 구입 TV에 대한 국내 AS 문제가 최근 해결돼 직구가 더욱 급증하는 추세다.

이 같은 현상은 해외직구 대상이 주로 병행수입 제품이었던 데서 이제는 국내기업 제품에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내기업이 생산한 같은 제품이라도 내수용은 해외판매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팔리는 사례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국내제품 해외직구 현상이 가속화되면 관련 제품의 국내 판매가 타격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해외직구로 같은 물건을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 누가 국내에서 제품을 구매하겠는가. 관세청 관계자조차 “특정 품목 수입이 이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처음 봤다”고 할 정도다.

자칫하면 국내로 몰려야 할 소비가 해외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 자동차까지도 해외직구로 구매한다는 시대다. 지금은 TV 정도지만 앞으로 해외직구가 더 싼 국산제품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이는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정부 관련 업계 모두 국내 유통구조에 경쟁제한적 요인은 없는지, 과도한 판매마진이 문제는 아닌지, 각종 세제상 문제는 없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이제는 유통도 세계를 상대로 경쟁해야 한다. 한가하게 골목상권 논쟁이나 벌일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