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이 제작한 ‘하이브리드 저상 트램’이 충북 오송의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시험트랙을 달리고 있다. 현대로템 제공
현대로템이 제작한 ‘하이브리드 저상 트램’이 충북 오송의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시험트랙을 달리고 있다. 현대로템 제공
1968년 이후 국내에서 사라진 트램(노면 전차)이 40여년 만에 부활을 꿈꾸고 있다. 최근 터키에서 처음으로 트램 수주에 성공한 현대로템은 국내 지방자치단체와도 활발하게 트램 공급 논의를 하고 있다. 경남 창원과 경기 수원, 대전, 그리고 수도권 위례신도시 가운데 한두 곳이 이르면 연내 트램 도입을 최종 결정할 것으로 이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현대로템 하이브리드 트램 시험장…"전기선 없어도 배터리로 25㎞ 주행"
지난 14일 충북 오송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길이 1㎞의 시험 구간에서 현대로템이 제작한 ‘하이브리드 저상 트램’이 쉴 새 없이 왕복 운행하고 있었다. 국책 과제인 저상(低床)트램 실용화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철도기술연구원과 현대로템, LG화학 등이 공동으로 운행 데이터를 축적하는 현장이다. 3년간 6만㎞의 운행 실적을 쌓기 위해 1㎞ 구간을 하루에 120~150회 왕복하고 있다.

이 트램은 바닥 높이가 보도블록과 비슷한 35㎝여서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도 쉽게 승하차할 수 있다. 선로를 달리는 만큼 버스보다 보도블록에 더 가까이 댈 수 있어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 때도 편리하다.

현대로템 하이브리드 트램 시험장…"전기선 없어도 배터리로 25㎞ 주행"
하이브리드 트램은 상부 전선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유가선(有架線) 방식과 전기차처럼 2차전지 배터리를 충전해 달리는 무가선 방식 모두 운행이 가능하다.

시험 운행은 무가선으로 진행하고 있다. 급속충전에는 17분, 일반충전에는 50분이 걸린다. 한 번 충전으로 최소 25㎞를 달릴 수 있다.

현장 책임자인 이성종 철도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웬만한 도심을 충전 한 번으로 달릴 수 있는 수준”이라며 “알스톰이나 지멘스 등 선진 업체들의 무가선 트램은 아직 주행거리가 20㎞ 미만이기 때문에 운영 실적만 좀 더 쌓이면 수출이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 속도는 시속 70㎞로, 서울시내 지하철보다 다소 느리다. 일반도로에 선로를 깔기 때문에 지하철이나 경전철에 비해 길이가 짧아 탑승 가능인원도 적다. 그러나 별도 역사를 건설할 필요가 없고 도심에선 전기를 공급하는 가선(架線)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건설·운영비가 저렴하다는 게 강점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건설·운영비가 지하철의 8분의 1, 경전철의 5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지하철이나 경전철을 설치하지 않은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트램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창원시는 2012년 12월 국토교통부로부터 트램 설치를 내용으로 하는 도시철도 건설 기본계획을 승인받았고, 현재 지역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기본계획은 2015년 착공, 2020년 운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원시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상태며 서울 송파구, 성남 수정구, 하남 학암동에 걸쳐 있는 위례신도시는 트램이 다니는 위례내부선을 설치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지자체가 트램을 도입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던 운행 실적이 없다는 점이 최근 터키 수주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됐기 때문에 올해 안에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송=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