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사업' 찾는 상장사들
‘EnC’ ‘DECO’ 브랜드로 유명한 숙녀복 회사 데코네티션은 기존 사업 분야와는 전혀 무관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3일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내면서 정관 변경안에 새 사업 목적으로 가수 및 연기자 발굴 양성업, 영화제작업, 공연 기획 및 제작업 등을 추가했다. 회사명도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반영해 ‘DECO&E’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랜드 계열사였던 데코네티션은 2010년 이후 4년 연속 영업 손실을 내며 경영상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달 웰메이드예당 등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참여한 컨소시엄에 매각된 이후 신규 주주사와 연계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활로를 찾기로 한 것이다.

전통 산업을 비롯한 성장 정체산업 상장사들이 이처럼 줄이어 ‘업종 반란’을 꾀하고 있다. 휴대폰 부품업체인 이필름도 영화·드라마 제작사 한양홀딩스를 13일 인수하는 방식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출했다. 이필름은 2002년 설립된 이래 슬라이드폰 부품을 휴대폰 제조사에 공급해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슬라이드 방식을 쓰지 않는 스마트폰이 대세를 이루면서 2010년 865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60억원에 그치는 등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필름은 한양홀딩스를 통해 중국에 한류 콘텐츠를 유통하는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삼립식품은 설립 46년 만에 식품 분야에서 눈을 돌려 태양광사업을 준비 중이다. 청주공장에 태양광 발전판을 설치, 생산 전기를 한국전력공사에 팔아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삼립식품은 최근 충청북도에 사업 인허가를 신청했으며, 허가가 나는 대로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삼립식품은 지난해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실적은 상승세다. 그러나 식품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한발 앞서 신규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이 외에 대명그룹 계열 보안장비업체인 대명엔터프라이즈는 지난달 ‘더원결혼정보’를 인수하며 결혼정보사업에 진출했고, 밀폐용기 업체 락앤락은 지난 3월 신규사업 목적으로 화장품 제조업을 추가했다.

상장사의 신사업 진출 행보가 환영받는 것만은 아니다. 행남자기는 지난달 태양전지, 가전제품, 신재생에너지 복합발전 시스템 등 11개 신사업에 진출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을 공시했다가 12일 철회했다. 신사업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추진 중이던 유상증자에서 투자자들도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성숙 단계에 진입하는 산업 분야가 늘고 정부도 사내유보금 과세 등 투자촉진 정책을 펴면서 신규사업에 진출하려는 기업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기업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힘든 생소한 분야에 진출한다고 하면 투자자들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이유정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