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뽑은 직원 1000여명 실업자 신세"
12일 오후 서울 신천동 제2롯데월드 건설 현장. 명품 전문 백화점이 들어설 예정인 에비뉴엘동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대부분 매장은 당장 집기를 들여놓고 영업을 해도 될 만큼 깔끔했다. 롯데그룹은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 완공에 앞서 에비뉴엘동을 비롯한 3개 건물로 이뤄진 롯데월드몰을 당초 지난달 개장할 계획이었다.

"미리 뽑은 직원 1000여명 실업자 신세"
그러나 서울시는 “교통 및 안전 대책을 보완하라”며 개장 승인을 보류했다. 개장이 한 달 이상 늦어지면서 롯데월드몰에 입점하기로 한 업체들은 막대한 재고 부담을 안게 됐고 협력업체 직원 1000여명은 ‘반(半)실업자’ 신세가 됐다.

롯데가 개장하려고 하는 곳은 에비뉴엘동 쇼핑몰동 엔터테인먼트동 등 3개 건물이다. 이들 건물에는 명품 전문 백화점, 면세점, 복합쇼핑몰, 극장, 대형마트 등이 들어선다.

에비뉴엘동은 명품 전문 백화점의 모습을 거의 갖췄다. 정문으로 들어가니 왼쪽에 루이비통 매장이 눈에 띄었다. 루이비통 매장임을 알리는 패널이 벽에 걸려 있었고 내부에는 조명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에비뉴엘동 5층과 연결된 쇼핑몰동에 들어서니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을 본뜬 ‘29스트리트’가 펼쳐졌다. 여성의류 매장과 와인바, 맥주 전문점 등이 영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서울서울3080’에는 1912년 세워진 국내 최초의 극장 ‘우미관’, 최초의 국내 자본 백화점인 화신백화점 등 서울의 옛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내부 공사까지 끝냈지만 롯데월드몰이 언제 개장할지는 미지수다. 서울시가 교통 및 안전 대책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개장 허가를 내주지 않아서다.

가장 큰 쟁점은 잠실대교 남단 잠실주공 5단지에서 장미아파트를 연결하는 올림픽대로 하부도로 공사비 문제다. 서울시와 롯데는 2009년 총 1.12㎞ 구간 중 지하 구간 520m에 대한 공사비 480억원을 롯데가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서울시는 이후 아파트 방음벽 건설 등이 필요하다며 롯데 측에 추가 비용 200억원을 요구했다. 여기까지는 양측이 원만하게 합의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제2롯데월드 공사 과정에서 주변 주민들이 도로를 지하화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하자 롯데 측에 또 40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

롯데는 서울시가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떠넘기고 있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롯데월드타워가 2016년 말 완공 예정인데 지금 도로 공사를 시작해도 그때까지 끝내기 힘들다”며 “롯데월드몰 개장에 앞서 잠실대교 남단 올림픽대로 공사 비용은 협의를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롯데가 줄다리기를 하는 사이 롯데월드몰에 입점하기로 한 업체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롯데월드몰에는 해외 명품 브랜드와 국내 의류업체, 음식점 등 1000여개 업체가 입점할 예정이다. 협력업체 근무 인원만 6000여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 중 1000명은 채용이 확정됐지만 일을 못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이미 선발한 직원 중 일부는 다른 직장을 찾아 떠났다”며 “협력업체들은 영업은 못하면서 직원들에게 월급은 줘야 해 손실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롯데월드몰이 영업을 시작하면 월 매출이 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협력업체들은 매출은커녕 재고 처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개장을 예상하고 여름상품을 확보해 놓았지만 계절이 가을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서울시가 지적한 사항을 보완해 오는 18일까지 개장 승인 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도로 공사 비용에 관한 협의도 그 전에 끝낸다는 방침이다. 롯데 관계자는 “하루라도 빨리 롯데월드몰을 개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서울시 승인을 받아야 해 언제 문을 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유승호/문혜정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