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이 강조한 '19개 경제법안' 통과 가능성 따져보니…野, 14개 경제법안 "반대"…4개는 이견 없어
세월호특별법 처리를 위해 지난 7일 여야가 이끌어낸 합의가 야당의 재협상 요구로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주요 경제활성화 법안의 국회 표류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19개 주요 경제법안의 파급 효과를 일일이 언급하며 국회 처리를 촉구했지만, 세월호 정국에 막혀 국회가 공회전하고 있는 데다 법안마다 여야 간 이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논의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대부분 경제법안 야당 반대

한국경제신문이 12일 청와대가 중점 처리 법안으로 삼은 19개 경제법안의 소관 상임위원회별 여야 입장을 조사한 결과 야당 반대에 부딪혀 있는 법안이 14개(74%)에 달했다. 세월호 관련 여야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다 하더라도 향후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 간 기싸움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쟁점 법안으로는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이 꼽힌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모두 이 법안을 최우선 처리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소관 상임위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2년 넘게 발이 묶여 있을 정도로 여야 간 입장이 크게 엇갈린다. 당·청은 박근혜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의료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해 의료법인 자회사의 영리법인화를 허용하는 이 법안의 처리가 시급하다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의료 영리화가 의료 서비스의 양극화를 초래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초기 자금난을 겪는 창업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놓고도 여야 이견이 팽팽하다. 여당은 강소 벤처 육성을 위해 불특정 다수 소액투자 모집 방식인 크라우드(crowd) 펀딩을 허용하는 내용의 이 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소액투자자의 투자 보호장치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의 탄력 적용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야당은 분양가 급등 우려가 크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견 적은 법안 처리도 ‘산 넘어 산’

19개 경제법안 중 여야 모두 처리에 공감하고 있는 법안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국가재정법 개정안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 4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월세 임차인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를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과 관련 일부 야당 의원이 다른 부동산 관련 법안(임대등록제 등)과의 연계 처리를 주장하고 있는 게 변수다. 주가조작 사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법안 자체만 놓고 보면 여야 이견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가 복수 법안심사소위원회 구성 문제로 대립하면서 법안심사 소위가 아직 꾸려지지 않아 실제 논의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41만명의 특수형태 업무 종사자의 산재보험 적용 범위를 늘리는 산재보상보험법 개정안(법사위 계류)은 여당이 거꾸로 “범위가 너무 넓다”며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이정호/은정진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