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권영인 웁스랩(Oops LAB) 대표.
(사진)권영인 웁스랩(Oops LAB) 대표.
[ 김효진 기자 ] "기사에는 꼭 이 사진을 실어주세요."

권영인(사진·27) 웁스랩(Oops LAB) 대표는 등장부터 범상치 않았다. 권 대표가 건네준 사진을 보고 있자니 그가 좋아하는 감탄사 '웁스(Oops·아이쿠)'가 절로 나올 법하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가벼움과 진지함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게 예사롭지 않다.

권 대표는 최근 '광역버스 입석금지' 논란 속 카풀 어플리케이션(앱)을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다. 타 서비스들은 1.0 버전, 2.0 버전으로 업그레이될 때 그의 서비스 '히쳐(Hitcher)'는 0.01 버전 단위로 출시됐다. 지난해 4월 서비스를 첫 기획한 후 1년 4개월 여 만에 내놓은 버전은 0.3이다. 히쳐 1.0 버전이 나올 때까지 세심함을 더한다는 각오다.

◆ 혁신을 꿈꾼다…'카풀 서비스' 첫 발

"긍정적인 뉘앙스를 담은 감탄사 '와우(Wow)' 대신에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터져나오는 감탄사 '웁스(Oops)'가 더 좋아요. 세상을 바꾸는 혁신은 실수에서 비롯되거든요. 웁스랩은 그러한 혁신을 꾀하는 실험을 하겠다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고요."

그가 만든 카풀 서비스 '히쳐'도 두 차례 헛발질 끝에 나온 서비스다. '운전자 혼자 타고가는 저 차를 잡아탈 수는 없을까' 하는 물음에서 시작했지만, 오류와 버그를 해결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그 사이 서비스는 정교하고 또렷해졌다.

[스타트업! 스타(31)] 실수를 실험하는 실험실, 웁스랩…'카풀 앱' 출격
히쳐 앱에는 운전자가 출발, 도착하는 지점인 '히쳐존'이 명시돼 있다. 현재 합정역에서 경기도 파주시까지 집중 서비스한다. 운전자와 탑승객의 매칭률을 높이기 위해 기존 카풀 서비스와 달리 거리 제한을 뒀다. 이용자들의 요청이 있으면 히쳐존을 추가 오픈하고, 지역도 확장할 계획이다.

히쳐에 등록한 운전자에게는 탑승객으로부터 최소 1000원에서 최대 4만9000원까지 자유롭게 비용을 받을 수 있도록 설정 값을 준다. 탑승객이 예약 당시 모바일 결제를 하면, 웁스랩이 운전자에게 일주일 단위로 정산해 주는 방식이다. 웁스랩은 중개 과정에서 일정 수수료를 받는다.

◆ A에서 B로 가는 새로운 교통 선택지

'모르는 사람을 차에 왜 태우고, 또 탈까요?' 권 대표는 특히 이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만들었다. 운전자와 탑승객의 직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여러 정보를 미리 제공하게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생각해보세요. 만취해서 타는 택시나 대리운전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거든요. 운전자와 이용자 서로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으니까요. 히쳐는 서로 간의 정보를 공개해 신뢰를 형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아직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이지만, 이용해보면 막연한 불안함을 떨쳐낼 수 있죠."

최근 경기도 광역버스의 입석 운행이 금지되면서 히쳐는 또 다른 대안이 되고 있다. "아침 합정역 부근 버스정류장에 가보면 시민들이 200m 이상 줄을 서 있어요. 광역버스의 배차시간은 15분~20분인데, 버스 한두 대 놓치다 보면 지각하기 쉽상이죠. 그렇다고 택시가 대안이 될 수는 없습니다. 히쳐는 새로운 교통 선택지를 하나 더 늘려줄 수 있는 모델이죠."

히쳐는 한 발 더 나아가 단순 카풀이 아닌 '소셜 라이딩'을 꿈꾼다. '팝송을 들으며 출근하는 모임' 등 같은 취미,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게 한다는 계획이다.

◆ "세상을 바꿀 서비스, 지켜봐 주세요"

권 대표는 한국 만큼 카풀 서비스가 정착하기 어려운 곳은 없다고 본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한국이 가장 중요한 시장임을 깨닫고 있다. 카풀 차선이 따로 마련돼 있는 미국과 캐나다 시장에 진출했을 때 성공 가능성을 크게 점칠 수 있어서다.

권 대표는 대학 2년 때 첫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본인이 아닌 투자자가 원하는 사업이 되자 접기로 결심했다. 창업팀이 해체되고, 개인 프로젝트도 연이어 실패하자 슬럼프가 찾아왔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사업 아이디어는 다시 떠올랐다. 그는 수원역과 사당역을 오가는 버스 7770번 광역버스 안에서 히쳐 밑그림을 그렸다. 기획, 디자인, 개발 등 프로세스를 모두 직접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 기간을 거쳤다.

권 대표는 세상을 바꿀 만한 혁신, 실수를 맘껏 해보자는 생각이 들무렵 히쳐를 선보였다. "'행복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이제는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행복합니다'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어요. 제가 하는 사업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내년 4~5월 경에는 히쳐 1.0 버전이 완성될 겁니다. 계속 거침 없이 달려보겠습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