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공판 최후진술 "웅진플레이도시 매각한 돈 내 몫도 피해자 구제에 쓰겠다"
10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와 계열사 부당지원(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69·사진)이 자신의 보유자산 대부분을 포기하고 피해자 배상에 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회장은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김종호)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웅진플레이도시가 갖고 있는 부동산과 영업권 등을 팔아 마련한 돈을 피해자 구제에 쓰겠다”고 말했다.

매각을 추진 중인 웅진플레이도시는 작년 말 기준 2866억원의 부채가 있다. 이 부채에는 웅진그룹 계열 골프장인 렉스필드컨트리클럽(CC)이 빌려준 373억원(이자 포함)과 윤 회장이 개인적으로 대여해준 814억원가량이 포함돼 있다.

윤 회장은 웅진플레이도시를 팔아 ‘빚잔치’를 할 때 동일한 변제순위인 렉스필드CC와 자신의 대여금 중 렉스필드CC 것을 먼저 갚고 자신의 대여금은 후순위로 돌리기로 했다. 변제순위대로 부채를 갚을 때 본인 대여금은 가장 마지막에 받겠다는 얘기다. 웅진플레이도시 매각액이 2050억원을 넘어야만 윤 회장에게 돌아갈 몫이 조금이라도 생긴다.

윤 회장의 법률대리인인 김앤장 관계자는 “높은 가격에 매각돼 윤 회장이 조금이라도 대여금을 회수하면 (개인적인 용도가 아닌) 회사를 위해 쓸 것”이라고 말했다. 렉스필드CC 피해자 보상에 윤 회장의 사재를 털겠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또 렉스필드CC 보유지분 43.23%를 활용해 피해자 구제에 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채권자 피해 보상에 최선을 다 하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웅진그룹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이달 중순께 재판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윤 회장이 웅진플레이도시 대여금과 렉스필드CC 보유지분을 포기하면 남는 지분은 계열사 북센 1%와 웅진플레이도시 0.21% 정도다.

윤 회장은 웅진그룹 지주사인 웅진홀딩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 본인 소유 지분을 대부분 소각한 적이 있다.

다만 윤 회장의 두 아들 형덕·새봄씨가 웅진홀딩스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의 방식으로 주식을 사들여 지분 25%를 확보했기 때문에 그룹 경영권은 윤 회장 일가가 계속 갖고 있다.

윤 회장의 이번 피해자 구제 및 사회환원 발언은 지난 1월부터 이달까지 8개월째 이어진 재판에서 일관되게 주장해온 ‘사적 이익을 위해 계열사를 동원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공판에서 주요 쟁점 중 하나가 렉스필드CC의 웅진플레이도시 부당 지원 여부이기 때문이다.

이 재판을 맡은 김종호 부장판사는 “채권자 피해가 전부 회복되지 않는 상황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법원은 오는 28일 윤 회장에게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검찰은 윤 회장에게 징역 6년을 구형한 상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