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 '한파' 직격탄…여의도 공실률 24% 역대 최고
금융 중심지인 서울 여의도 지역 업무용 빌딩 공실률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서울국제금융센터(IFC·사진), FKI타워(전경련 회관) 등 대형 빌딩들이 잇따라 신축된 상황에서 증권 등 금융업황 부진으로 금융사들이 인력 및 점포 구조조정에 나선 영향으로 분석됐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세빌스는 ‘서울 대형 오피스 시장 리포트’에서 올해 2분기 여의도 대형 빌딩 공실률이 24.8%로 지난 1분기(13.8%)에 비해 11%포인트 뛰었다고 6일 밝혔다. 1997년 이 회사가 여의도 빌딩 공실률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았다고 덧붙였다.

여의도 공실률이 이처럼 크게 올라간 것은 최근 신축된 건물들이 공실률 조사에 본격적으로 잡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2년 완공된 뒤 2년가량 비어있던 여의도동 IFC는 지난달에서야 한국IBM이 입주했다. 세빌스는 이 건물을 제외하더라도 2분기 공실률이 14.4%에 달해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준공된 FKI타워도 LG CNS가 입주한 이후 추가로 들어온 임차인이 없어 공실률이 44%에 달하고 있다.

기존 건물 공실률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증권사 등이 사옥 임차 면적을 축소하거나 이전해서다. 지난해 62개 국내 증권사 중 28개 회사가 적자를 내는 등 심각한 실적부진에 시달리면서 증권업계는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증권업계 종사 인력(올해 1분기 기준)은 3만9146명으로 지난해(4만241명)보다 1095명(2.72%) 줄었다.

홍지은 세빌스코리아 상무는 “FKI타워와 IFC가 준공돼 빌딩 공실이 크게 늘어난 상태에서 증권업계 불황으로 기존 빌딩의 공실까지 증가해 전체 공실률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의도뿐만 아니라 서울 도심(종로 등 사대문 지역)과 강남권 등 주요 업무지역의 공실률도 동반 상승했다. 자체 사옥 준공 이후 이전하는 기업들과 지방으로 옮겨가는 공기업 등의 영향으로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