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23일 05:49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딜로이트안진이 사모펀드(PEF) 회계자문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PEF인 콜버그크레비스로버츠(KKR)와 어피니티를 비롯해 한앤컴퍼니, IMM과 같은 신흥 PEF들의 자문까지 독식했다.

22일 한국경제신문이 2013년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PEF가 매각하거나 매수한 1000억원 이상 '바이아웃(경영권 매각) 딜'을 분석한 결과 총 19건 중 11건(57.9%)의 회계자문을 딜로이트안진이 맡았다. 금액상으론 총 14조1871억원 중 8조2397억원(58%)을 차지한다.

삼정KPMG가 안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건수와 금액으로 각각 5건(26%), 3조4210억원(24%)을 나타냈다. 삼일PwC는 2건, EY한영은 1건에 불과했다.

딜로이트안진은 해외 PEF 수주전에 강했다. KKR과 어피니티가 매각한 6조1712억원짜리 OB맥주의 매각 회계실사를 맡았다. 모건스탠리PE가 인수하는 모나리자와 한화L&C 건자재사업도 모두 따냈다. CVC캐피탈의 KFC인수때도 안진이 회계실사를 맡았다.

딜로이트안진이 해외 PEF와 관계가 돈독한 이유는 과거 아서앤더슨과 제휴관계(멤버펌)였던 시절 초기 PEF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네트워크를 다져왔기 때문이다. 특히 'PEF 자문 1세대'로 꼽히는 함종호 딜로이트안진 대표가 해외 PEF 초기 시장을 뚫은 것으로 전해진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PEF라는 개념이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던 10년 전부터 함 대표 등 아서앤더슨 출신들이 해외 PEF에 직접 영어로 프리젠테이션을 하면서 딜을 따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PEF들이 회계자문사를 잘 바꾸지 않는 특성이 있어 시장을 선점한 딜로이트안진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PEF마다 투자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들의 성향을 잘 아는 '단골 자문사'를 쓰고 싶어한다고 회계업계는 전했다.

국내 최대 PEF인 MBK파트너스가 삼정KPMG를 이용하는 데 따른 반작용으로 경쟁 PEF들이 딜로이트안진에 모이는 것이란 해석도 있다. MBK는 ING생명보험과 네파 인수때 모두 삼정KPMG를 회계자문사로 썼다.

삼일PwC는 회계업계 1위라는 명성에 맞지 않게 PEF 자문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1000억원이상 딜에선 칼라일의 ADT캡스 인수와 베어링PE의 로젠택배 인수 2건 뿐이었다. EY한영은 KTB PE가 인수한 동부익스프레스 실사를 맡았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MBK-삼정, 스틱·H&Q-삼일로 짝지어지고 나머지는 모두 안진을 쓴다고 알려질 정도로 안진이 PEF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면서 "M&A시장에서 PEF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다른 회계법인들도 부랴부랴 PEF영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