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까지만 해도 PC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쇠락하는 산업으로 꼽혔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2011년 이후 제품 출하량이 계속 감소하는 등 PC는 설 땅을 잃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끝없이 곤두박질칠 것 같았던 PC 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가는 분위기다.

PC 예상 밖 '善戰'…삼성전기·SK하이닉스 등 부품업체 '환호'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세계 PC 출하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 줄어드는 데 그쳤다. 2012년 2분기 이후 2년 만에 가장 작은 감소폭이다.

PC 시장이 예상밖 선전을 하자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PC 침체를 예상해 관련 부품 비중을 줄인 업체들은 한숨을 쉬는 반면 꾸준히 관련 부품을 공급해온 기업들은 활짝 웃고 있다.

○PC에 희비 엇갈린 부품업체들

삼성전기는 2분기 영업이익이 2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떨어졌다. 대부분의 부품 매출이 감소했지만 플립칩 기판 등 PC용 패키지 기판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1분기 2030억원 정도였던 패키지 기판 매출은 2분기 2381억원으로 15% 이상 증가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급감하던 PC 수요가 살아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2분기 1조84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도 PC 시장 회복과 무관치 않다. PC용 D램 가격이 꾸준히 오른 데다 판매도 증가해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당초 모바일용 D램 비중을 늘릴 계획이었지만 PC용 부품 판매가 살아나자 생산 비율을 조정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28억달러를 기록했다. 모바일 부문에서 11억20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PC용 반도체 판매가 호조를 보인 덕분에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 PC 쪽 사업 기회를 놓쳐 아쉬워하는 업체들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2분기 대형 LCD(9.1인치 이상) 시장에서 처음으로 3위(출하량 기준)로 밀려났다. 시장점유율은 1분기 21.2%에서 18.7%로 떨어졌다.

삼성 자리를 대체한 것은 대만의 이노룩스. 같은 기간 18.3%에서 20.2%로 점유율을 올리며 2위에 올랐다. PC사업이 예상밖 호조를 보인 결과다. 이노룩스가 PC용 패널을 중점적으로 쏟아내며 출하량을 늘릴 때 삼성은 대형 TV용 LCD에 집중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PC 생산을 크게 줄이다보니 삼성디스플레이도 관련 패널 생산을 줄인 것”이라며 “대형 TV용 패널 시장도 나쁘지 않지만 PC용 시장을 놓친 건 아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PC 시장 내년부터 커질 듯

PC 시장의 부활은 지난 4월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XP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본격화됐다. 구형 윈도 프로그램을 바꾸는 것보다는 새 PC를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한 소비자가 많았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윈도XP로 인한 PC 교체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뒤에도 시장이 꾸준히 커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가트너는 2011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던 세계 PC 출하량이 내년부터는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멕 휘트먼 HP 최고경영자(CEO)는 “기업들이 태블릿으로는 원하는 생산성을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며 “태블릿의 강점을 수용하면서도 복잡한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좋은 PC가 꾸준히 개발되면서 시장도 다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선/박영태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