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합세를 보이던 D램 값이 최근 급반등세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4, 애플의 아이폰6 등 전략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모바일 D램 주문량이 늘어난 데다 PC 교체 수요가 꾸준히 생기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D램 업체들의 하반기 실적에 청신호가 켜졌다.

PC가 살린 D램 값…5.3% 급반등
반도체 거래 사이트 D램익스체인지는 지난 7월 하반월(7월16~31일) D램 가격이 상반월(7월1~15일) 대비 5.43% 올랐다고 1일 발표했다. 5.43%는 지난해 10월 상반월(7.27%)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당시엔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화재가 발생해 공급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D램 가격은 지난해 137.3% 치솟았다. 일본 엘피다가 파산하면서 ‘30년 치킨게임’이 끝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올해 D램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간 가격이 많이 오른 데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도 주춤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락폭은 크지 않았다. 지난 4월 중순까지 11.2% 정도 하락했지만 그 뒤엔 가격이 안정세를 유지해오다 7월 들어 갑자기 반등한 것이다.

최근 D램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 주요인으로 PC 수요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지난 4월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XP 보안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 PC 교체 수요가 크게 늘었다.

다소 주춤해졌지만 스마트폰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점도 D램 시장을 달아오르게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세계 1, 2위 스마트폰 업체인 삼성과 애플이 조만간 전략 제품인 갤럭시노트4와 아이폰6를 선보인다. 여기에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까지 잇따라 신제품을 쏟아내면서 모바일 D램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공급은 크게 늘어날 수 없는 구조다. 세계 D램 시장 1~3위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모두 특별한 증산 계획이 없다. 오히려 마이크론은 싱가포르의 D램 공장을 낸드플래시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경기 기흥에 있는 17라인에 D램 라인을 추가할 계획이지만 “월 생산량이 웨이퍼 3만장 수준으로 세계 D램 시장 수급 상황에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업계 고위 관계자)이라는 설명이다.

백지호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마케팅팀장(상무)은 지난달 30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에도 공급량이 시장 수요보다 부족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D램을 40% 더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분기 단위, 더 길게는 반기 단위로 공급 계약이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완제품 업체들이 D램 물량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고 전했다.

변한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은 3분기엔 계속 오르고 4분기에도 약보합 수준을 유지하면서 삼성, SK하이닉스 등의 실적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