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최첨단 防災도시' 도쿄 도라노몬힐스빌딩 가보니…52층 빌딩이 '대피소'…3600명 사흘간 숙식 가능
일본 도쿄 도심 한복판에 있는 도라노몬힐스빌딩(사진). 지난 6월11일 문을 연 이 빌딩은 도쿄 시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지상 52층(247m)의 초고층 복합빌딩이다. 7월28일 1층 로비에서 외신기자단을 맞은 건물관리회사 모리빌딩의 와타나베 모이치 홍보실장은 최신식 도라노몬힐스에 대해 잠시 설명한 뒤 일행을 지하로 먼저 안내했다.

주차장 아래 지하 4층엔 복도를 따라 사무실이 줄지어 있었다. 그런데 문에는 회사나 부서 이름이 아닌 ‘방재(防災)비축창고’ ‘방재자재창고’ 등의 팻말이 붙어 있었고, 안에는 3600명이 3일간 먹을 수 있는 분량의 식량과 모포, 조명 등이 빼곡하게 정리돼 있었다. 지진이나 쓰나미 등 비상상황이 발생해 집에 못 가는 사람들을 위한 비상용품이다.

[특파원 리포트] '최첨단 防災도시' 도쿄 도라노몬힐스빌딩 가보니…52층 빌딩이 '대피소'…3600명 사흘간 숙식 가능
도라노몬힐스는 비상시 로비나 회의실 등의 공간을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빌딩. 최첨단 방재도시 도쿄의 일면이다. 도쿄도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352만명의 ‘귀가 곤란자’로 인해 대혼란을 겪은 뒤 도심 빌딩과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와타나베 실장은 “도라노몬힐스 전체가 방재대피소 역할을 한다”며 “도망가는 빌딩이 아닌 도망 오는 빌딩”이라고 강조했다. 이 건물은 한신 대지진이나 동일본 대지진 수준의 진도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내진설계가 돼 있다. 지하 5층에는 비상용 가스터빈발전기가 있고, 이마저 사용할 수 없을 땐 중유를 이용해 63시간 연속 급속발전이 가능하다. 비상시 조명이나 위생, 통신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전원 공급을 위해서다.

도쿄도는 여름철 기상 이변에 따른 침수피해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도쿄도 간다가와·환상 7호선 지하조절지’는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 조성한 저류시설이다. 2012년 2월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보고 갔다. 총 1010억엔이 투자됐다. 지하조절지는 하천이 일정 수위를 넘으면 강물을 총길이 4.5㎞, 내경 12.5m의 거대한 지하터널로 유도해 보관한 뒤 수위가 떨어지면 물을 다시 강으로 흘려보낸다. 이 지하터널에는 최대 54만㎥의 물을 가둘 수 있다. 다카하시 요시아키 도쿄도 공사제2과장은 “시간당 50㎜의 폭우에도 침수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지하조절지와 중소하천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도는 임해면 해수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19개의 수문과 4개의 배수처리장 등을 관리하는 곳이다. 쓰나미나 해일이 예상되면 대책센터가 원격으로 수문을 폐쇄할 수 있다.

도쿄=서정환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