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의 '직원 氣  살리기'…댄스파티·수상스키로 불황·무더위·스트레스 한방에 팍!
‘다 같이 원 빠빠빠빠 빠빠빠빠~~ 날 따라 투 빠빠빠빠 빠빠빠빠~~.’

경북 경산시의 자동차부품업체 에나인더스트리. 오전 8시가 조금 넘으면 이 회사 공장 앞마당에서 크레용팝의 ‘빠빠빠’가 흘러나온다. 100여명의 직원은 음악에 맞춰 일제히 ‘직렬 5기통 춤’을 춘다.

이 회사는 아침마다 직원들이 다 함께 참여하는 ‘댄스 파티’를 연다. 하루 일과를 신나게 시작하자는 것이다.

◆경기 나쁠수록 직원 사기 중요

경북 경산의 에나인더스트리 임직원들이 출근 직후 크레용팝의 ‘빠빠빠’ 춤을 추며 신나게 일과를 시작하고 있다. 에나인더스트리 제공
경북 경산의 에나인더스트리 임직원들이 출근 직후 크레용팝의 ‘빠빠빠’ 춤을 추며 신나게 일과를 시작하고 있다. 에나인더스트리 제공
신철수 에나인더스트리 사장(52)은 “아침 출근 때 20분 정도 춤을 추고 나면 하루가 상쾌하다”며 “회사 분위기도 훨씬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댄스학원 전문강사가 직접 시연하기 때문에 임직원들의 춤솜씨도 많이 늘었다”며 “회식 때 노래방에 가면 춤을 못 추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자랑했다.

산업현장에서 ‘직원들 기살리기’에 적극 나서는 중소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경기가 불황의 깊은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요즘 같은 때일수록 종업원들이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에나인더스트리는 ‘댄스 파티’만 하는 게 아니다. 개인별 맞춤형 운동처방을 통해 ‘비만 줄이기’에도 나서고 있다. 신 사장이 먼저 솔선수범해 최근 88㎏이던 몸무게를 78㎏으로 줄였다. 신 사장은 “비만 직원들의 살빼기를 직접 점검하고 목표를 달성한 직원에게 포상하고 있다”며 “살이 빠지면 기분이 좋아지고 모든 일에 자신도 생긴다”고 말했다.

구두업체인 안토니 임직원들이 청평에서 카누를 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주말마다 이곳에서 수상스키, 카누, 보트를 타며 단합대회를 연다. 안토니 제공
구두업체인 안토니 임직원들이 청평에서 카누를 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주말마다 이곳에서 수상스키, 카누, 보트를 타며 단합대회를 연다. 안토니 제공
구두업체 안토니는 직원들이 주말마다 청평으로 여행을 떠난다. 김원길 안토니 사장(53)이 직접 직원들을 인솔해 1박2일로 청평에서 수상스키나 보트를 즐긴다. 김 사장이 교관 역할을 맡는다. 때로는 고객도 이 행사에 동참한다.

김 사장은 “한 번에 20여명씩 청평에 가서 수상스키나 보트를 타며 스트레스를 풀고 저녁에는 부채살 로스구이 파티를 연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시작한 이 행사는 이달 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 회사의 박도혁 이사는 “직원들은 가족이나 친구를 데려와도 된다”며 “레저를 즐긴 뒤에는 인근에 있는 우리 연수원에서 하룻밤을 보낸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매장을 포함한 회사 직원 300여명 중 100여명은 아예 모터보트 조종면허증을 취득했다”고 말했다.

◆‘직원 기 살리기’는 기업 성과 원동력

대구 염색업체 한신특수가공의 점심식사 재료는 색다르다. 김치 가지 등 반찬 대부분은 이 회사 한상웅 사장(63)이 직접 재배한 것이다. 돼지고기를 푸짐하게 싸먹는 상추 역시 한 사장이 기른 것이다.

한 사장은 오전에 업무를 처리하고 점심식사 후 회사에서 30분 정도 걸리는 팔공산자락에 있는 6600㎡(2000평)의 밭으로 간다. 한 사장은 “직원들에게 더 좋은 식재료를 공급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농사를 배웠고 매일 오후 5~6시간가량 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저녁 수확한 상추 파 고추 오이 등을 차에 실은 뒤 아침 출근길에 식당에 건네준다.

경기 광주시의 세라믹 부품소재 전문기업 세라트는 최근 직원과 가족 등 200여명을 회사로 초청, 뷔페 파티와 함께 행운의 네잎클로버 찾기 행사를 열었다. 은경아 세라트 사장은 “회사 곳곳에 네잎클로버가 자생하는데 이를 찾은 사람에게 상품을 주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독일 쾰른대에서 공부(경제공법 박사)한 조병선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직원 기살리기는 생산적인 노사관계를 만들어 기업 성과를 높이는 원동력이 된다”며 “독일 기업이 강한 것도 ‘함께 씨를 뿌리고 거두는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