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인들과 당선 기념촬영 > 전남 순천·곡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가운데)이 31일 순천시 역전시장에서 당선 인사를 하다 상인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 상인들과 당선 기념촬영 > 전남 순천·곡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가운데)이 31일 순천시 역전시장에서 당선 인사를 하다 상인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남 출신 정치인으로서 망국적인 지역 구도만큼은 꼭 깨야겠다고 작심했습니다.”

7·30 재·보궐선거에서 야당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해 승리를 거두면서 지역주의 철옹성을 허무는 이변을 연출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3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출마 동기를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새벽 순천 전남도당 사무실 인근에서 측근들과 조촐한 축하연 자리를 열던 중 기자와 따로 만나 “호남이 지난 20~30년간 야당의 싹쓸이로 경쟁이 사라지면서 지역 정치가 죽고 발전이 가로막혔다”며 “이 때문에 주변의 만류에도 호남에서 3전4기의 도전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5년 광주 기초의원 선거, 2004년 17대 총선(광주 서을), 2012년 19대 총선(광주 서을) 등 호남에서 세 번 출마했지만 지역주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는 “이번에 (지역민들이) 어느 유권자도 하지 못한 위대한 일을 했다”며 “우리 정치사에서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고 이룬, 가장 아름답고 깨끗한 혁명”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번 선거 혁명 드라마의 승리자는 호남 유권자와 순천·곡성 지역민들”이라며 “지역민들에 대한 ‘보은’을 가슴 깊이 새겨 지역 발전에 매진할 작정”이라고 했다. 또 “향후 의정 활동을 통해 지역 정치를 복원하고 지역 발전을 염원하는 지역민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승리 요인으로 돈과 조직 없이 진정성 있게 유권자들에게 다가간 점을 꼽았다. 그는 “선거 초반 주변에서 조직을 꾸리고 돈을 써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며 “그러나 선거 홍보원을 피켓 유세에 활용하는 대신 경로당이나 고아원 등 사회복지 시설에서 봉사 활동을 하도록 한 게 호응을 얻으면서 압승을 거둔 배경이 됐다”고 소개했다.

"하루 20시간 자전거 유세 먹혀…野독점 폐해 지역정치 살릴 것"

그는 “이 때문에 선거가 끝난 뒤 선관위로부터 ‘뜨거운 선거전 속에서도 고소 고발이 한 건도 없는 깨끗한 선거의 전례가 됐다’는 치사를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와 함께 자전거도 당선의 공신으로 꼽았다. 그는 “선거 기간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개인택시 기사들이 모이는 가스충전소를 시작으로 새벽기도회, 목욕탕, 시장 등지를 자전거로 돌고 나면 어느새 밤 11시였다”며 “기동성이 뛰어난 자전거는 현실적 선택이었지만 자전거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순천시의 방침을 지지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9년 국회의원(비례대표)을 하고 있을 때 노관규 순천시장의 요청으로 사장될 뻔했던 순천 신소재센터의 연구개발 예산 20억원을 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앞으로 계획과 관련, 이 의원은 의정 활동을 통해 선거 공약을 이행하는 일에 몰두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표심을 움직인 것은 정책 공약이었다고 말했다. 상대 서갑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정권심판론’에 집중하는 사이 지역민이 갈망하는 현안들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것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순천만정원의 국가 정원화와 2개월 후로 결정이 다가온 순천대 의대 신설, 지지부진한 율촌진입로 조기 완공, 옥천동 수원지 공원화 등 그동안 진척이 없던 현안을 적극적으로 챙기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중앙당에서 아무도 내려오지 못하게 했다”며 “이제 당선된 만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기획재정위 등 상임위 동료 국회의원들을 불러 지역의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예산 확보에 협력을 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호남 예산 지원’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만들어 지역 예산 담당 공무원들이 이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경쟁 후보들에게 집중포화를 받은 순천대 의대 신설과 관련해 “인구가 70만명에 육박하는 전남 동부지역에 의대가 없어 지역민의 의료 혜택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며 “순천의료원을 최대한으로 리모델링해 신설 의대의 부속병원으로 활용하거나 산재병원 설립, 서울대병원 유치 또는 대학 의대 분원 설립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운동 중 저녁에 식당가를 많이 다니다 보니 하루 저녁에 밥을 대여섯 끼 먹는 일은 예사였다”며 “하지만 환경미화원 택시기사 등 서민들이 먼저 다가와 손을 잡으며 “제대로 일 한번 해보라”고 많이 격려해줘 힘든 가운데도 행복했다”고 했다.

순천=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