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단거리 선수냐…장거리 선수냐
코스피지수가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바이 코리아’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3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94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전날 6239억원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연속 순매수 기록도 13거래일로 늘었다. 한국 시장에 회의적이었던 장기투자 성향의 미국계 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게 주목거리다. 그러나 공매도(주식을 빌려서 파는 것)한 물량을 갚기 위해 단기적으로 주식을 사는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되돌아온 영미계 자금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 들어 국내 증시에 유입된 미국계 자금은 1조원 안팎이다. 6월에 순유입된 미국계 자금이 1510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6~7배가량 순매수액을 늘린 셈이다. 미국계 자금은 대부분 뮤추얼펀드에서 나오는데, 한 번 투자하면 1~2년가량 자금을 묻어두는 특징이 있다.

한국 주식을 팔기만 했던 헤지펀드 성격의 영국계 자금도 바이 코리아 행렬에 동참했다. 7월 순유입액은 1000억원 안팎으로 크지 않지만 5월에 1조2930억원, 6월에 237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던 것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변화라는 평가였다. 중국과 일본계 자금 유입 규모는 6월과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중국 일본계 중심이었던 외국인 매수세가 영미계로 넓어진 것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과 영국계만 따지면, 아직 들어온 자금이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 증시가 조정국면에 접어들면서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분주해졌다”며 “한국 투자 비중을 늘리는 펀드가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펀드들은 유로화 약세로 인해 해외로 자금을 빼고 있고 중국까지도 꾸준히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한국 입장에서는 금상첨화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도 “주가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국내 주식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여전히 선진국의 3분의 2 수준”이라며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등 주가 추가 상승을 견인할 이벤트들이 남아있다는 점도 한국 증시의 매력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쇼트커버링 가능성도

외국인들의 대규모 순매수 원인을 글로벌 롱쇼트펀드의 쇼트커버링(빌려서 판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것), 프로그램 차익거래 등 단기적인 요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코스피지수가 2026.62에서 2082.61로 움직인 지난 24일부터 30일까지 유가증권시장 대차잔액(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렸지만 대금을 치르진 않은 금액)은 45조5800억원에서 46조7800억원으로 1조2000억원가량 늘었다. 시장이 안 좋을 때는 대차잔액이 공매도로 이어지지만 요즘처럼 주가가 급등할 때는 쇼트커버링으로 연결된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하락장에서 전체 매도 거래의 6.2%에 달했던 공매도 비중이 7월 들어 4.5% 안팎으로 떨어졌다”며 “KB금융, 신한지주, 삼성전기, 키움증권, OCI 등 최근 대차잔액이 급증한 종목을 중심으로 쇼트커버링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 차익거래를 통해 들어오는 순매수세를 현물 매수로 착각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스피지수가 60포인트 급등한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유입된 외국인 순매수액 중 82%에 해당하는 9378억원이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들어왔다는 점을 찜찜해하는 것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월말이 되면 선물과 현물 가격의 차이가 커져 차익거래가 활발해진다”며 “8월 초에도 프로그램 매수세가 이어지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송형석/허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