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럴 수가… > 새정치민주연합의 김한길(왼쪽)·안철수 공동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럴 수가… > 새정치민주연합의 김한길(왼쪽)·안철수 공동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4 대 11’이라는 충격적인 참패를 당한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동시에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을 전망이다.

수도권에서는 수원정(영통) 1곳만 간신히 건졌고 전남 순천·곡성에서는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에게 믿었던 텃밭마저 내줬다. 특히 안 대표 스스로 “5곳 현상 유지만 해도 잘하는 선거”라고 제시한 ‘최저 방어선’마저 붕괴돼 당 지도부로서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국회 당 대표실에 마련된 선거 상황실에서 주승용 사무총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 10여명이 TV로 개표 방송을 지켜봤으나 초반부터 새누리당 후보들이 일제히 앞서 나가자 침통한 분위기를 보였다. 순천·곡성과 서울 동작을마저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대부분 자리를 떴다. 원내대표를 지낸 박지원 의원은 이날 밤 자신의 트위터에 “죄송합니다. 유구무언입니다”라고 썼다.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역대 7, 8월 선거에서 보듯이 낮은 투표율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며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잘못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야권의 완패가 지역 일꾼이 아닌 당내 계파 이익에 따른 공천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새정치연합은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공천이라기보다 자기 계파 챙기기 식의 공천을 줬다”며 “전략공천이 아니라 ‘정략공천’이었다”고 말했다. 윤희웅 정치컨설팅 ‘민’ 여론분석센터장은 “(선거 직전) 세월호 참사와 정부의 잇따른 인사 실패로 정부 여당에 대한 심판 정서가 형성돼 있었다”며 “하지만 야당이 공천 파동을 겪고 당내 분열 양상을 내비치며 대중의 신뢰를 획득하거나 야권 성향층의 표를 결집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광주 광산을에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전략공천한 게 발단이었다. 당초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서울 동작을로 방향을 틀면서 20년 지기인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광주 광산을에 공천 신청을 냈던 당내 중진 천정배 전 의원도 당 지도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배제됐다. 특히 이 같은 공천 파동의 직접적 당사자 격인 ‘486 민평련계(민주평화연대·김근태계)’를 중심으로 ‘원칙 없는 공천’이란 비판과 함께 강한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안 두 대표가 더 이상 당을 끌고 가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486 초선인 홍익표 의원은 이미 이달 초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당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정세균 의원은 31일 자신과 가까운 의원들을 초청해 조찬 모임을 연다. 정례 모임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대책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최근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장외투쟁의 전면에 나선 문재인 의원과 친노(친노무현)계도 특유의 결속력으로 당내에서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호기/이태훈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