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재계, 정부 대표가 모여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재가동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노·사·정 대표는 공공기관 정상화 관련 회의체 설치에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반년 넘게 식물상태나 다름없던 노사정위의 새 출발은 환영할 일이다.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통상임금 등 노동현안이 산적한 마당에 노사정위가 공전하고 있다는 것은 부담스런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노사정위가 걸어온 궤적을 되돌아보면 마냥 환영하기만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노사정위의 역사로 치면 김대중 정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거창한 이름과 달리 성과는 거의 없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사회적 합의기구로서 노동자와 사용자, 정부가 노동정책 및 이와 관련된 사항을 협의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노동현장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정치투쟁화하는 통로로 전락한 감도 없지 않다. 노동단체들이 툭하면 탈퇴를 위협하며 협상력 극대화를 위한 전략적 도구로 삼아 온 그동안의 경과가 이를 말해준다. 이런 프레임이라면 그 무슨 성과가 나오겠는가.

이번에도 적지않은 걱정을 안겨준다. 한국노총 제안으로 공공부문 정상화 협의체를 둔다는 것부터가 의심스럽다. 그동안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공공부문 개혁을 줄기차게 반대해왔다. 심지어 공공기관 경영평가 거부 등 정부를 겁박하며 자신들과 협상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공부문 개혁은 노동계와 협의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그런 입장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말았다. 공공부문 정상화 협의체라지만 노동계가 공공부문 개혁을 정치문제로 끌고갈 길을 터 준 것과 다름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는 내달 27일부터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며 정부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말이 노·사·정 대표 간담회지 첫 모양새부터가 사나웠다. 파업을 위협하는 가운데 민주노총은 불참하고 한국노총만 참석한 것도 그렇지만 노조대표 1명에 장관 3명, 사용자단체 대표 2명이 우르르 몰려나간 형국이다. 벌써 현장에서는 공공부문 개혁은 끝났다는 소리가 파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