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동생산성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 더 나빠졌다는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00~2007년 연평균 3.3%에서 2011~2013년 1.1%로 떨어졌다. 생산성 하락폭이 2.2%포인트로 OECD 34개국 중 12번째로 크다. 경제성장이 고용 증가를 따라가지 못해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른바 ‘고용없는 성장(jobsless growth)’이 문제라고들 했지만, 지금은 ‘성장없는 고용(growthless jobs)’으로 막다른 골목을 향해 가는 형국이다.

어떻게 보면 필연적인 결과다. 취업자수 증가가 금융위기 전 연평균 32만명에서 위기 이후 40만명 안팎으로 확대됐지만, 정작 성장률은 평균 4.7%에서 2.8%로 낮아졌다. 투입되는 노동량 증가만큼 생산량이 늘지 않으니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노동생산성 하락은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다. 미국은 고용증가율이 금융위기 이전 연평균 0.8%에서 위기 이후 1.5%로 급증했지만, 성장률은 같은 기간 2.7%에서 2.2%로 떨어졌다. 물론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1.8%에서 0.6%로 급락했다. 유럽을 비롯 중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도 여지없이 생산성 하락을 겪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유달리 심하다는 것이다. 고령층 여성층의 노동력 공급은 계속 급증하지만, 고용할 수요가 없다. 일자리가 늘지 않는데 일자리를 나누자고만 하는 상황이다. 노동생산성은 마냥 떨어질 것이다. 이런 불균형은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 더 문제다. 노동생산성 하락, 기업 수익성 하락, 추가 고용 중단 및 고용 축소로 이어지는 재앙의 악순환이 기다릴 뿐이다. 일본이 장기 저성장 끝에 결국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고용흡수력이 고갈돼 고용이 마이너스로 추락한 사례가 그런 것이다.

‘성장없는 고용’은 곧 저성장이 굳어져 가고 있다는 경고다. ‘성장은 필요없다, 고용을 늘리자’는 러다이트류의 헛구호로는 장기적으로 고용을 지키지 못한다. ‘고용없는 성장’보다 ‘성장없는 고용’이 더 무섭다. 고용을 늘리자고 농업국가로 되돌아갈 수는 없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