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제조·직매형 의류(SPA) 시장에서 후발 주자들의 추격이 거세다. 유니클로와 자라 등 정상급 브랜드들이 주춤하는 사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미약했던 탑텐과 망고가 약진하고 있다.
유니클로·자라 주춤…탑텐·망고 약진
30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유니클로의 6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했고 7월 들어서도 29일까지 1.4% 줄었다. 자라는 6월 매출은 8.9% 늘었지만 7월에는 4.7% 감소로 급반전했다. 한국 진출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여온 유니클로와 자라의 매출이 뒷걸음질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반면 국내 브랜드인 탑텐은 6월와 7월에 각각 17%, 13.4%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스페인의 망고도 6월 매출이 49.5%, 7월에는 25.5% 급등하는 ‘깜짝 실적’을 냈다. 정윤석 롯데백화점 선임상품기획자(CMD)는 “SPA 시장에서 중하위권이던 망고와 탑텐이 급성장한 건 이번 여름 내놓은 전략상품이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탑텐의 히트작은 유니버설뮤직과 손잡고 비틀스, 퀸, 롤링스톤스, 핑크 등 팝스타를 그려넣은 100종의 ‘컬래버레이션 티셔츠’다. 지난 6월4일 내놓은 첫 생산물량 20만장이 모두 팔려 30만장을 더 찍었다. 망고도 하절기 주력 품목으로 내세운 리넨(마) 셔츠와 남성 의류가 잘 팔리면서 한국 진출 이후 가장 호조를 보였다.

김한수 신성통상 탑텐본부장은 “기존에는 제품 다양화에 주력했다면 올봄부터는 ‘빅 히트 아이템’ 발굴에 집중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게 큰 성과를 냈다”며 “유니클로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 맞서기 위해 앞으로도 이런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니클로와 자라의 매출이 꺾인 건 수요 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유니클로는 최근 고급 리넨 의류 등 여름 인기상품이 국내에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라는 생산기지가 있는 방글라데시 등의 정국 불안으로 물류에 일부 차질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 경쟁력의 원천이던 글로벌 생산·물류 체계가 이번엔 걸림돌이 된 셈이다. 유니클로 측은 “매장에 따라 매출 등락은 있을 수 있지만 올해 전체 실적 성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업계 전문가들은 SPA의 간판 격인 유니클로와 자라가 주춤한 것에 대해 현재로선 일시적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SPA 시장에 새로 진출하는 브랜드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만큼 상위권 업체들도 치열한 경쟁 구도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일모직, 이랜드 등 후발업체들이 자라나 유니클로 매장 직원들을 지속적으로 스카우트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의류매장에선 매니저와 스태프들의 역량이 매출과 직결된다”며 “인력 이탈이 최근 매출 감소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