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박했던 도시 고양의 천지개벽 > 31일 국내 도시 중 열 번째로 인구 100만명 도시가 되는 경기 고양시는 불과 30여년 만에 허허벌판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났다. 위 사진은 1977년 일산 중심가의 짚신 가게(왼쪽)와 능곡 일대(오른쪽), 아래는 2014년 일산 호수공원 주변 전경. 고양시 제공
< 소박했던 도시 고양의 천지개벽 > 31일 국내 도시 중 열 번째로 인구 100만명 도시가 되는 경기 고양시는 불과 30여년 만에 허허벌판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났다. 위 사진은 1977년 일산 중심가의 짚신 가게(왼쪽)와 능곡 일대(오른쪽), 아래는 2014년 일산 호수공원 주변 전경. 고양시 제공
지난 29일 오후 8시께 서울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 2번 출구. 정발산역 인근은 일산문화공원을 사이에 두고 쇼핑몰 ‘라페스타’와 ‘웨스턴돔’이 있는 고양시 최대 번화가다. 공원에서 웨스턴돔 쪽으로 방향을 틀자 4, 5층짜리 상가 8동이 마주 보고 있는 시끌벅적한 번화가가 나타났다. 평일 저녁인데도 길거리는 젊은 남녀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길거리에서 만난 대리운전 기사 황모씨(50)는 “정발산역 인근을 출발점으로 해서 일하는 대리운전 기사만 하루 700명이 될 정도”라며 “과거 고양과 가까운 신촌으로 가던 사람들이 이곳에 몰리면서 신촌보다 오히려 더 붐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위성도시로 출발

고양, 베드타운 벗어나 주거·교육·산업 3박자 '살기 좋은 도시'로
일산 신도시로 대표되는 고양시가 인구 100만명 시대를 맞아 베드타운이란 오명을 떨치고 명품 자급자족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과거 서울의 위성도시에만 머물렀던 지위에서 벗어나 대표적인 생활·소비 도시로 탈바꿈하면서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고양시뿐 아니라 경기도 내 성남, 용인 등 다른 대도시도 다른 지역에 비해 우수한 주거·교육 환경으로 인구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를 제외한 인구 100만 도시는 현재 경기 수원, 창원 2곳이다. 31일 인구 100만명을 돌파하는 고양시에 이어 용인, 성남도 내년께 밀리언시티가 될 전망이다.

2010년 마산·창원·진해 등 세 곳의 지방자치단체가 통합하면서 출범한 창원시를 제외한 4곳의 기초자치단체는 모두 수도권에 있다.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서울의 위성도시로 출발했다는 점이다.

고양과 성남은 1989년 1기 신도시인 일산과 분당이 건설되면서 서울에서 유입된 인구가 급속히 증가했다. 수원과 용인도 1990년대부터 서울의 베드타운 역할을 해 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에서 거주지 외 다른 지역으로 통근하는 취업자가 가장 많은 도시는 수원으로 22만4600명이다. 이어 △성남(21만5200명) △고양(21만2000명) △용인(20만8700명)이다.

○명품 자족도시로 발돋움

전문가들은 1990년대만 하더라도 베드타운에만 머물던 이들 도시가 2000년대 접어들면서 자급자족 도시로 발전했다고 지적했다. 브랜드 조사 전문업체인 밸류바인의 구자룡 대표는 “이들 도시가 서울의 위성도시로 베드타운 역할을 유지하되, 2000년대 후반부터 기업 유치가 본격화되고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자급자족도시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고양시의 경우 2005년 국내 최대 규모의 컨벤션센터인 킨텍스가 들어선 데 이어 최근엔 쇼핑몰 라페스타와 웨스턴돔이 잇따라 조성되면서 경기도 내 주요 상권으로 자리잡았다. 이날 웨스턴돔에서 만난 배유민 씨(25·여)는 “서울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갈 때 빼고는 놀 때도 고양시를 벗어나지 않는다”며 “이곳만 해도 영화관과 음식점, 카페 등 모든 게 몰려 있어 서울에 놀러가는 경우는 한 달에 한두 번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외국어대 국가브랜드연구센터와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5월 발표한 ‘2014년도 한국지방브랜드경쟁력지수(KLBCI)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77개 기초시 중 주거환경이 쾌적해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고양시가 1위에 꼽혔다. 세부 부문별로 보면 고양시는 거주·교육·교통에서 각각 1위, 1위, 3위를 차지하는 등 모두 최상위권에 올랐다.

고양=강경민/홍선표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