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업계, 교환식 렌즈 마케팅 열전
카메라 업계가 렌즈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있다. 포문을 연 곳은 후지필름이다. 후지필름은 지난 14일부터 8월 말까지 자사 미러리스 카메라 사용자들에게 각종 렌즈를 6일 동안 무료로 빌려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새 프리미엄 미러리스 카메라 렌즈 5개를 한꺼번에 발표했다. 후지필름의 선제 공격에 소니가 반격하고 나섰다. 소니는 29일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 6개 지역에 8곳의 렌즈 전문 매장을 열었다. 렌즈 전문가의 상담은 물론 평소 사용해보기 어려웠던 다양한 렌즈를 현장에서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올림푸스도 렌즈 전쟁에 가세했다. 30일 올림푸스는 원하는 사진 촬영에 필요한 최적의 렌즈를 찾아주는 인터넷 사이트(lensadvisor.olympus-imaging.com)를 열고 본격적인 렌즈 마케팅에 나섰다.

○폰카와의 차별화 위한 렌즈 전략

카메라업계, 교환식 렌즈 마케팅 열전
카메라 업계가 이처럼 렌즈 마케팅에 힘을 쏟는 것은 카메라 보디의 성능이 이미 상향 평준화돼 다른 업체와의 차별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화소 수가 1000만을 넘어서면서 화소 수와 이미지 센서만으로 스마트폰을 따돌리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스마트폰이 따라올 수 없는 카메라만의 장점을 강조하는 전략이 필요해진 것. 소니 관계자는 “미러리스 카메라는 렌즈 교환이 가능함에도 대부분의 소비자가 번들렌즈 하나만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여러 렌즈를 사용해 다양한 느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렌즈교환 카메라의 강점을 살릴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렌즈는 카메라 업계의 새로운 수익 창출원이기도 하다. 올림푸스 관계자는 “이미 렌즈교환식 카메라의 보급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이라며 “이제 카메라 업계는 렌즈 판매를 새 수익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 카메라와 경쟁하기 위해 미러리스 카메라의 렌즈군을 강화하는 경향도 있다. 미러리스 카메라를 주력으로 내세우는 후지필름은 미러리스 카메라 렌즈군을 강화해 DSLR 카메라의 고객층을 뺏어온다는 전략이다.

○소니 참전에 광학 회사들 반색

주목할 만한 점은 시장 주도 기업인 소니가 렌즈를 무기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가전업체로 시작한 소니는 렌즈 분야에서 캐논 올림푸스 니콘 등에 비해 한 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렌즈보다는 보디가 강점인 회사로 여겨졌다. 지나치게 잦은 보급형 보디 출시로 인해 ‘보디 교환식 렌즈’라는 비아냥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랬던 소니가 렌즈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제 렌즈로도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콤팩트 카메라를 만들던 소니는 2006년 코니카미놀타의 카메라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DSLR 사업을 시작했다. 미놀타는 강력한 렌즈 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디지털화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니에 매각됐다. 렌즈 부문이 약했던 소니는 미놀타 인수로 캐논 니콘 등 정통의 강자들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독일의 유명 렌즈 기업 칼자이스와의 협업으로 부족했던 렌즈 역량을 보완했다.

소니의 이런 행보가 ‘삼성 따돌리기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삼성이 통신 기술 등에 강한 반면 렌즈 부문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만 놓고 보면 삼성은 시장 점유율 2위로 소니를 맹추격하고 있다.

소니의 렌즈 전쟁 참전에 대해 캐논 올림푸스 니콘 등 정통 광학 업체들은 반색하고 있다. 올림푸스 관계자는 “소니의 렌즈 마케팅을 환영한다”며 “95년 전 현미경 개발을 시작으로 렌즈 기술을 축적해온 올림푸스는 현재 54개에 달하는 호환 가능한 카메라 렌즈를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