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무’로 스크린에 데뷔한 JYJ의 박유천. 그는 “가수가 위로를 주는 직업이라면 배우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직업”이라며 “노래와 연기를 계속 병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영화 ‘해무’로 스크린에 데뷔한 JYJ의 박유천. 그는 “가수가 위로를 주는 직업이라면 배우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직업”이라며 “노래와 연기를 계속 병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100억원을 투입한 영화 ‘해무’(감독 심성보, 제작 봉준호, 8월13일 개봉)는 올여름 극장가에서 사극 ‘군도’ ‘명량’ ‘해적’ 등과 함께 경쟁하는 네 번째 대작이다. 밀항자들을 싣고 가던 고깃배에서 사고가 일어나며 감춰진 인간 본성들이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이야기. 한류스타 박유천(28)이 광기로 치닫는 선장 역 김윤석에 맞서는 막내 어부 동식 역을 해냈다. 동방신기에서 탈퇴한 3인조 그룹 JYJ 멤버인 그는 방송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옥탑방 왕세자’ ‘쓰리 데이즈’ 등에서 연기력을 인정 받은 후 영화에 처음 출연했다. 30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박유천을 만났다.

'해무'로 돌아온 박유천 "狂氣로 치닫는 6인6색 선원들…인간 본성을 묻게 되더라"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동식이란 인물에 끌리더군요. 의지와 결단력이 확고한 게 요즘 찾아보기 쉽지 않은 청년입니다. 김윤석 선배가 먼저 캐스팅돼 있어 연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김 선배는 놀라울 정도로 배역에 몰입하더군요. 신기할 정도였어요.”

꽃미남 한류스타가 살벌한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드라마가 너무 강해 주변에서는 말렸다. 그러나 연기를 계속 하려면 어려운 작품으로 시작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성균관스캔들’에서 연기에 처음 도전했을 때와 비슷한 긴장감을 느꼈습니다. 제 연기가 스크린에 어떻게 비쳐질지 고민이 많았어요. 촬영 전날까지 내 연기가 이 장면에 맞을까 걱정했고요.”

동식이 조선족 처녀 홍매(한예리)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하이라이트다. 두 남녀는 살인을 목격한 뒤 끔찍한 공포 속에서 서로의 품속으로 파고든다. 끔찍한 살육극 속에서도 사랑은 피어나고, 그 사랑은 광기에 맞서는 힘을 준다.

“여섯 명의 선원에게 모든 인간의 모습을 나눠 주고, 극단적으로 표현한 영화예요. 인간 본성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해줍니다. 흥행과 상관없이 정말 좋은 영화여서 뿌듯합니다.”

제작진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6개월간 여수, 거제 등 남해안에서 촬영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12시간을 계속 촬영하기도 했다. 파도가 심할 때면 배끼리 부딪혔고, 숙취에 뱃멀미까지 겹쳐 고생이 심했다. 그러나 그는 영화에 흠뻑 빠졌다고 한다.

“영화에 제 마음을 많이 빼앗겼어요. 이 발언이 자칫 후폭풍을 불러올 수도 있겠지만요, 하하. 드라마 프로듀서한테 온 전화를 받으니까 괜히 죄송한 마음까지 들더군요. 영화의 작업 환경은 드라마와 많이 달랐습니다. 드라마는 너무 시간에 쫓기면서 촬영하거든요. 짧은 시간에 20회씩 촬영하는 건 거의 기적 같아요. 영화는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면 되니까 여유 있고 편한 환경이죠. 촬영한 것을 대형 스크린으로 보니까 제 눈 크기가 1m나 되더군요. 처음에는 민망했지만 차츰 익숙해지더군요.”

최근 내놓은 앨범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가수와 배우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소감을 물었다. 그는 “배우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직업이라면 가수는 짧은 시간에 노래를 통해 위안과 위로를 주는 직업”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두 직업을 오가면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