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경제팀이 내수 살리기에 올인하는 모습을 꾸짖을 일은 아니다. 가라앉은 내수경기를 어떻게든 자극해보겠다며 연일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는 내수진작책이라는 것을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솔직히 인구 5000만명의 나라에서 내수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발상 자체도 그렇지만 발표된 대책들을 보고 있자면 허탈한 웃음만 절로 나오고 만다.

유보금과세만 해도 그렇다. 기업이 유보금을 줄여 배당을 늘리고 임금도 올려주면 그걸 받은 주주나 종업원들이 소비를 늘려 내수가 살아난다는 게 정부 논리다. 하지만 늘어난 배당이나 임금이 소비에 쓰인다고 어떻게 장담하나. 늘어난 소득을 모두 예금해 놓는다면 내수 부양효과는 ‘제로’다. 더구나 혜택을 받는 개인들은 대부분 상위층이다. 은행 예금이나 개인의 현금 보유에 징벌적 과세를 하지 않는 이상, 유보금 과세로 내수가 살아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외국인 주식투자를 통해 국부유출 가능성만 높일 것이다.

사적연금 세액공제 한도 확대도 그렇다. 정부는 내수를 살린다며 현행 48만원인 세액공제 한도액을 84만원 안팎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전년보다 세금 36만원 정도 덜 낸다고 씀씀이를 확 늘릴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나. 게다가 세제혜택이 많아지면 연금 납입액을 늘리거나 신규 가입자가 늘어나는데 이들의 소비 여력은 절세효과보다 몇 배나 승수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체크카드 소득공제 범위 확대(사용액의 30%에서 40%)도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속 빈 강정이다. 전년 대비 사용 증가분에만 적용돼 실제 추가 절세액은 쥐꼬리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비논리적 대책들이 ‘소비여건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쏟아지는 형국이다. 정부가 어떻게든 증시와 부동산을 살리기로 작정했다면 차라리 솔직히 선언하는 것이 낫다. 괜히 엉뚱한 핑계를 대고 아무 정책에나 소비증대라는 간판을 내걸 일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면 차라리 국민연금을 모두 헐어 가입자들에게 돌려주고 그 돈으로 한 달간 놀고먹자는 것이 최선의 경제살리기 해법이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