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합동 제조혁신위원회 1차 회의가 29일 서울 태평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앞줄 왼쪽 네번째),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다섯 번째) 등 26명의 위원들이 참석해 제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논의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민관합동 제조혁신위원회 1차 회의가 29일 서울 태평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앞줄 왼쪽 네번째),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다섯 번째) 등 26명의 위원들이 참석해 제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논의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은 2003년 9월 각자의 스테인리스 사업부를 떼내 공동으로 새 회사를 만들었다. 내수 부진과 건설경기 침체, 한국 중국 등의 견제로 고전하던 스테인리스 부문을 재편하기 위해서였다. 일본 정부는 신설 회사에 △등록면허세 경감 △ 정책은행을 통한 융자 △주주총회 결의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줬다. ‘산업활력재생 및 혁신에 관한 특별법(산업활력법)’에 따른 조치였다.

대한상의-산업부, 제조혁신委 발족 첫 회의…상의 "규제개혁, 日해법 도입하자"
정부 지원 덕분에 이 회사는 출범 후 자산수익률(ROA)이 16%포인트 올라갔고, 종업원 1인당 부가가치액도 133% 증가했다. 1999년 도입된 이 법은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거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구조조정,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면 각종 혜택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9일 ‘민관합동 제조혁신위원회’ 1차 회의를 열고 일본의 산업활력법과 비슷한 제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기업의 투자와 혁신활동을 촉진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이날 ‘한국 제조업의 위기 징후와 정책 제언’을 발표하고 “투자와 혁신의 발목을 잡는 규제, 사업 재편을 더디게 하는 각종 법제도 절차 등을 빠른 속도로 개선하려면 일본식 해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1999년 산업활력법을 도입한 일본은 지난해 이를 산업경쟁력강화법으로 확대 제정했다”며 “산업활력법 시행 이후 도요타, 닛산, 신일본제철 등 105개 기업이 사업을 재편했고, 이 가운데 87% 기업이 생산성 향상과 신규 고용 창출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은 산업경쟁력강화법에 따라 기업의 신사업이 규제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가 애매할 경우 미리 확인해주는 그레이존 해소 제도, 기업별로 안전성 등을 따져 규제 강도를 달리 적용하는 기업실증특례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의 상시 구조재편을 돕기 위해 상법, 민법, 공정거래법 등 절차적 특례와 세제·금융 인센티브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제도도 있다.

민관합동 제조혁신위원회는 지난 6월26일 서울상의 회장단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발표한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이날 대한상의에서 발족식을 갖고 첫 회의를 열었다.

이 위원회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고 정부 및 재계 관계자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민관합동 기구다. 3차원 프린팅업체인 타이드인스티튜트의 고산 대표 등 각계의 혁신 전문가들이 위원회에 참여했다.

윤 장관은 “새 경제팀은 비상한 각오로 경제활성화에 임할 것”이라며 “기업이 생산시설 위주에서 융합형 산업 중심으로 투자계획을 전환한다면 정부도 발상을 바꿔 모든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2020년까지 정보기술(IT)과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전 생산과정을 지능화하는 스마트공장 1만개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구상을 소개하면서 “9월까지 구체적 계획을 마련해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