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고 나니 주가 3배↑…'황금알' 낳은 컴투스
“군계일학이다” “다윗의 반란이다” “글로벌 게임 업체의 탄생을 준비하자”.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이 모바일 게임회사 컴투스에 환호하고 있다. 규제와 경쟁 심화로 국내 게임업계가 침체를 겪는 가운데 컴투스만이 독보적인 이익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 ‘낚시의 신’과 ‘서머너즈 워’가 해외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다. 대만과 홍콩 구글플레이에선 상반기 최고 게임으로 이 두 게임이 꼽혔다.

컴투스 주가가 올 들어 세 배 이상 오르면서 지난해 11월 회사를 매각하고 떠난 박지영 전 컴투스 대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매각 결정이 너무 성급한 것 아니었느냐는 이유에서다. 박 전 대표와 이양일 전 부사장 부부는 컴투스 지분 19.52%를 주당 3만2470원, 639억원에 게임빌에 넘겼다. 2만원대 후반인 당시 주가보다는 비싼 가격이지만 29일 현재 주가 9만2000원을 적용하면 1812억원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무엇보다 낚시의 신과 서머너즈 워 모두 박 전 대표 부부가 오랫동안 공을 들인 개발 프로젝트다.

◆동남아 인기에 2분기 최대 실적

1998년 설립된 컴투스는 2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LIG투자증권은 컴투스의 2분기 영업이익이 1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4%, 매출은 339억원으로 67% 늘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대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낚시의 신에 이어 6월 서머너즈 워의 글로벌 출시 이후 해외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은 2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인 서머너즈 워는 현재 홍콩과 베트남에서 구글플레이 게임 매출 2위에 올라있다. 대만(3위) 태국(5위) 말레이시아(4위) 인도네시아(3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하루 매출만 5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낚시의 신은 초반의 인기는 꺾였지만 여전히 하루 매출 2억원을 꾸준히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컴투스 주가도 무섭게 치솟고 있다. 작년 말 2만5200원이던 주가는 현재 9만2000원으로 265% 올랐다. 위메이드(5.3%) NHN엔터테인먼트(-27.2%) 엔씨소프트(-36.8%) 등 다른 게임회사 주식이 크게 떨어지거나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던 것과 대비된다.

◆3년 준비해놓고 성공 예측 못해

게임빌에 인수된 뒤에 출시됐지만 낚시의 신은 이 전 부사장이 3년 전부터 추진한 개발 프로젝트다. 업계 관계자는 “제대로 된 낚시 게임이 없다는 판단 아래 이 전 부사장이 한국에서 낚시 게임을 가장 잘 만든다는 개발자를 직접 수소문해 데려왔다”며 “컴투스 내부에서는 잘 안 될 거란 반발이 있었지만 이 전 부사장이 뚝심으로 밀어붙인 프로젝트”라고 전했다. 서머너즈 워 역시 박 전 대표가 공을 들인 개발 프로젝트다.

박 전 대표 부부는 이들 게임이 이렇게까지 잘될지 몰랐지만 컴투스를 인수한 송병준 게임빌 대표는 이를 알아봤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말 낚시의 신은 개발이 완료돼 출시를 앞두고 있었지만 송 대표가 인수 뒤 출시하는 것으로 일정을 바꿨다. 이 게임은 삼성전자가 스마트TV용 게임으로 쓰기 위해 일부 투자한 상태였다. 송 대표는 낚시의 신이 흥행하면 수익을 삼성전자와 나눠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출시 전에 투자금을 돌려주고 삼성전자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컴투스 게임의 성공은 글로벌을 강조하는 게임빌의 전략에 힘입은 것도 있지만 컴투스가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던 게 지금 진가를 드러낸 것”이라며 “박 전 대표 부부가 성급히 매각을 결정한 것은 그동안 승승장구하다 당시 유례없는 실패를 맛보면서 침울한 기분에 빠졌던 게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