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여름상품 ‘땡처리’ > 세월호 여파로 하계수련회 등이 대거 취소되면서 바캉스 용품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예년보다 보름가량 빨리 여름상품 재고 처분 행사에 나섰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가 29일 여름상품 50% 할인행사를 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벌써 여름상품 ‘땡처리’ > 세월호 여파로 하계수련회 등이 대거 취소되면서 바캉스 용품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예년보다 보름가량 빨리 여름상품 재고 처분 행사에 나섰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가 29일 여름상품 50% 할인행사를 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이마트는 지난 17일부터 전 점포에서 수영복을 50% 할인 판매하고 있다. 여름휴가철을 맞아 피서를 떠나는 소비자를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판매실적은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이달 28일까지 이마트의 수영복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2% 감소했다. 여름방학 때 많이 열리던 초·중·고등학생 수련회와 현장학습이 세월호 참사 여파로 대거 취소된 것이 수영복 매출 급감의 가장 큰 이유라고 이마트 측은 설명했다.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름휴가철인데도 수영복 등 바캉스 용품 매출은 줄고, 콘도 유스호스텔 등 숙박업계도 성수기 효과를 누리지 못해 울상이다.

[늪에 빠진 소비] 수영복 매출 25%↓…콘도 단체예약 50%↓…바캉스特需 '실종'
최근 대형마트 실적을 보면 ‘바캉스 특수’가 실종된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기간은 1년 중 명절 다음으로 대형마트 매출이 많은 시기다. 여름휴가를 떠나는 소비자들이 휴가지에서 입을 옷과 먹거리 등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지난해 7월 중순~8월 중순 매출은 연간 월평균 매출보다 18%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양상이 크게 다르다. 이달 들어 28일까지 이마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7% 감소했다. 롯데마트 역시 이달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줄었다.

휴가철 매출을 이끌어줘야 할 바캉스 용품 판매가 부진한 탓이다. 지난 1~28일 롯데마트의 수영복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9.8% 감소했다. 아이스박스와 물놀이 용품 매출도 같은 기간 각각 16.8%와 14.3% 줄었다.

전반적인 소비 침체와 대형마트 영업 규제 영향도 있지만 세월호 참사로 생긴 ‘트라우마(정신적 충격)’가 바캉스 용품 매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멀리 보내는 것을 꺼려해 각급 학교와 교회 등 종교기관의 하계 수련회가 대거 취소되면서 바캉스 용품 수요가 급감했다는 것이다. 남창희 롯데마트 상품본부장은 “지난달 월드컵 특수가 기대에 못 미쳤고 바캉스 수요도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가 아직까지 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여름 상품 판매가 부진하자 예년보다 일찍 시즌오프(재고 처분)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31일 ‘여름 시즌오프 행사’를 시작한다. 여름의류, 여름용 침구류, 물놀이 용품 등 150가지 상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롯데마트는 매년 여름 상품 시즌오프 행사를 8월 중순 이후 열었다. 바캉스 용품 판매가 보통 7월 말~8월 초 극성수기를 맞은 뒤 8월 중순부터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7월 하순에 접어든 뒤에도 매출이 부진해 성수기에 할인 행사를 벌이기로 한 것이다.

여행·숙박업계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가족 단위의 개별 여행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지만 스카우트 활동이나 대학생 MT 등의 이벤트가 지난해의 절반으로 줄었다고 숙박업계 관계자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대명리조트는 7~8월 콘도 단체 예약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50%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학생 단체손님을 많이 받는 숙박업소들은 세월호 사고 직후 수학여행이 전면 취소된 데 이어 여름방학 행사마저 대폭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북 부안군에 있는 채석강리조트 관계자는 “5~6월 수학여행객이 없어 1년 매출의 3분의 1을 날렸다”며 “7월 말~8월 초 예약률도 50%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