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의 삼공불환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김홍도의 삼공불환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한·중·일의 정통 산수화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된다. 29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산수화, 이상향을 꿈꾸다’이다. 7세기 백제 산수무늬 벽돌부터 1980년대 장욱진 작품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아우르는 대표 산수화를 엄선해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중국 상하이 박물관, 일본 교토국립박물관 등 국내외 주요 박물관이 소장한 산수화 109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중 42점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중국, 일본의 명작들이다. 문징명과 동기창 등 중국 산수화 대가의 작품들이 포함돼 있다.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그린 ‘귀거래도’는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중국 회화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명품 중 하나다.

압권은 18세기 조선 화단에서 쌍벽을 이뤘던 이인문과 김홍도의 대작 산수도다. 조선시대 문인들이 꿈꿨던 이상적인 나라와 개인의 삶이 아름다운 산수로 구현돼 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김홍도의 삼공불환도가 먼저 관람객을 맞는다. 높이 133.7㎝, 길이 418.4㎝의 8첩 화폭에 시원하게 펼쳐진 삼공불환도는 1801년 수두를 앓던 순조의 쾌유를 기념해 만든 작품으로, 자연 속 삶은 최고 벼슬을 뜻하는 ‘삼공’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뜻을 담았다. 너비 850㎝에 이르는 이인문의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는 산과 강뿐만 아니라 맡은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백성들까지 담아 유교적 이상국가를 표현한 작품이다.

중국 후난성 동정호 일대의 여덟 경관을 담은 그림들도 전시한다. 남송시대 화가 하규의 ‘산시청람’을 비롯 명대 화가 문징명의 ‘소상팔경도’, 일본 무로마치 시대 아미파의 거장 소아미가 그린 ‘소상팔경도’를 비교하는 매력이 있다.

전시는 중국의 절경이 이상화된 소상팔경, 현인(賢人)이 머물던 곳을 이상화한 무이구곡(武夷九曲), 18세기 조선 지식인들이 꿈꾼 사회상, 속세를 떠나 자연에 귀의하려는 선비들의 은거(隱居)의 삶, 도가에서 추구한 이상향인 낙원 등 다섯 가지 소주제로 구성돼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