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새 외환선물 등 선물회사 두 곳이 ‘투자일임업’(금융회사가 투자자로부터 투자결정을 위임받아 자산을 운용해주는 업무)을 자진 폐지하기로 했다.

국내 파생상품시장 위축으로 이들 회사와 최근 6개월간 일임계약을 맺은 투자자가 단 한 명도 없어서다. 전문가들은 “파생상품시장 위축으로 선물회사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며 “업무 폐지는 물론 영업 전체를 포기하는 회사도 등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기의 先物회사…한 달 사이 두 곳 면허 반납
○7곳 중 3곳 투자일임업 포기

외환선물은 지난 24일 열린 이사회에서 2009년 2월 등록한 투자일임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유진투자선물도 지난 21일 주주총회에서 투자일임업 자진폐지를 확정지었다. 앞서 지난 6월 ‘압구정 미꾸라지’란 별명으로 널리 알려진 윤강로 회장의 KR선물도 같은 업무를 포기했다.

투자일임업 폐지는 선물회사에 돈을 굴려 달라고 맡기는 투자자가 없어서다. 투자일임업을 폐지한 한 선물회사의 대표는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위축되면서 돈을 맡기겠다는 큰손 투자자들이 사라진 지 오래”라며 “일임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다른 회사들도 자진폐지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일임업 강제 폐지를 피하려는 의도도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420조와 관련 시행령 373조에 따르면 금융위는 6개월 동안 영업 실적이 없는 금융투자회사의 업무에 대해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선물회사 관계자는 “금융위가 강제 폐지하기 전에 업무를 자진 폐지하면 향후 재등록할 때 ‘자기자본 15억원 이상’ 등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된다”며 자진폐지 확산의 배경을 설명했다.

○“앞이 안 보인다”…업계 위축 지속

고객이 줄면서 선물회사들의 경영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선물회사 7곳의 영업이익 합계는 7억원에 불과했다. 전년 동기의 34억원에 비해 79.41% 급감한 수치다. 1분기 자기자본이익률(ROE·당기순이익/자기자본)은 0.2%로 지난해 1분기(0.8%)보다 떨어졌다.

상시 구조조정과 인력 이탈로 7개 선물회사의 지난 3월 말 기준 정규직 임직원 수(376명)는 1년 전(398명)보다 5.5% 줄었다. 한 선물회사 대표는 “젊은 직원들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업계를 떠나고 있고 파생상품을 좀 안다는 직원들은 증권사 등으로 이직을 모색 중”이라며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선물회사들이 ‘파생상품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청 중이지만 금융당국은 오히려 선물회사를 옥죄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한 선물회사 팀장은 “코스피200옵션 거래비용 인상 등의 규제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파생상품을 ‘없어져야 할 상품’으로 보고 있어 답답하다”고 했다.

유진투자선물 관계자는 “은행의 통화선물 헤지거래를 중개하며 선물회사가 그나마 연명할 수 있었는데 하반기부턴 은행이 직접 헤지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며 “금융당국이 선물회사의 영업기반을 빼앗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