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28일 오후 6시1분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의 대규모 희망퇴직에 착수하면서 매각일정을 늦춰달라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이 구조조정 등으로 시간을 끌면서 현대증권 매각을 접으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산업은행 역시 매각 연기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증권은 28일 오전 긴급 전체 임원회의를 열고 ‘임원 일괄사표 제출’ 및 ‘직원들의 자발적인 희망퇴직’을 결정했다. 직원 2500여명 중 최대 500명 정도를 줄일 전망이다.

한편 현대그룹 관계자는 지난 24일 산업은행을 방문해 현대증권의 매각 일정을 늦춰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과 재무약정을 체결한 산업은행은 현대증권 매각자문을 맡았으며 현재 일본계 오릭스, 자베즈파트너스, 파인스트리트 등 3곳의 인수 후보들이 실사를 하고 있다. 본입찰은 8월 중순께로 예정돼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비용절감으로 가치를 높인 뒤 매각할 수 있도록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는 △업황 악화로 인수 후보들의 실사가 적극적이지 않고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가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은 데다 △기대 매각 가격대(6000억~7000억원)와 인수 후보의 희망가격(4000억~5000억원대) 간 격차가 크다는 점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현대그룹의 요청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그룹이 매각 일정을 늦추는 식으로 ‘시간 벌기’를 한 뒤 결국 매각을 중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작년 12월 3조3000억원의 자체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계획의 80%인 2조7000억원 이상을 조달했다고 지난주 밝혔다.

안대규/윤정현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