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원가량 투자자금을 굴리는 김모씨(49)는 작년부터 자신의 보유 주식을 활용해 쏠쏠한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증권사와 주식대여 계약을 맺고 매달 수수료를 챙기고 있는 것. 김씨는 “대여 약정만 맺었는데 매달 몇 만원에서 몇십 만원씩 꼬박꼬박 들어온다”고 말했다. 김씨의 돈을 빌렸던 기관투자가들이 수수료로 지급한 돈이다. 김씨처럼 주식을 빌려주는 개인투자자가 크게 늘고 있다. 대여 절차가 간단하고 안정성이 높아 새로운 재테크 수단이 되고있다.

○롱쇼트펀드 각광 받으며 수요 늘어

잠자는 주식을 깨워라…주식 빌려주기만 해도 수익 '짭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주식대여(대차) 잔액은 지난 25일 기준 33조2023억원으로, 작년 7월 말(29조5552억원)보다 12.3% 늘어났다. 주식대여는 공매도하거나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찾는 기관투자가에 일정 기간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거래다.

한자익 대신증권 금융주치의마케팅부 부장은 “공매도 전략을 많이 활용하는 롱쇼트펀드와 헤지펀드가 각광받으면서 주식대여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물량을 구하기 어려운 일부 종목의 경우 기관 사이에서 경매식으로 수수료를 높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도 주식대여 서비스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으려는 분위기다. 키움증권과 HMC투자증권은 이달부터 주식대여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신증권은 종전 ‘주식 평가액 3억원 이상’ 보유자에 대해서만 허용하던 대여 서비스를 모든 투자자로 확대했다. 김희재 키움증권 리테일전략팀장은 “주식대여 약정을 맺더라도 기관들이 해당 주식을 빌려갈 때만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라며 “예탁원이나 한국증권금융이 중개기관으로 참여해 담보를 확보하기 때문에 주식을 떼일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주식대여 약정은 소액 투자자보다 1억원 이상 거액 투자자 사이에서 활발하다.

○유동성 적은 종목, 수수료 높아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대여하는 절차는 간단하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영업창구에서 대여계좌 신청만 하면 ‘대차풀’에 자동 가입된다. 주식을 빌려주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배당 등의 권리는 그대로 갖는다. 보호예수 주식에 대해선 신청할 수 없다.

대여 기간은 보통 1년이다. 하지만 이 기간 중에도 주식을 언제든 사고팔 수 있다. 보유 종목을 처분하면 주식이 자동으로 상환되는 식이다. 대여 수수료는 연 0.1~5.0%다. 보유종목이나 수량, 시장 상황에 따라 수수료가 제각각이다. 삼성전자처럼 유동성이 풍부한 대형주를 빌려주면 수수료가 낮지만 시장 유통물량이 적을수록 수수료가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대여 금액이 큰 투자자라면 세금도 신경 써야 한다. 연간 수수료 수입이 5만원 이하이면 비과세되지만 이 금액을 초과하면 기타소득세(22%)를 내야 한다. 기타소득이 연 300만원을 넘으면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일각에선 기관이 주로 공매도할 목적으로 주식을 빌리는 만큼 자신의 대여 주식이 주가를 떨어뜨리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이에 대해 배성완 한국투자증권 PBS부 대리는 “공매도가 꼭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오히려 유동성을 터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