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2 자녀·중 2 손주 이해하기
‘중2병’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이 시기 자녀들은 한바탕 인생의 질풍노도를 경험한다. 감정이 급변하는 이 시기의 자녀나 손주를 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어른들이 많다. 물론 가장 힘든 건 완전한 성인도 아닌 상태로 혼란을 겪고 있는 당사자들일 것이다. 자신과 세상에 대해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하는 과정이 녹록지만은 않다.

최근 서울대 정창우 교수 연구팀이 초·중·고 학생들의 인성수준을 조사한 결과 사회성 도덕성 정체성 등의 인성수준이 중학생 시절에 가장 낮았다. 그중에서도 정체성은 중학생이 되면서 한참 떨어졌다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약간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중학생 시절에 정체성 혼란을 가장 많이 경험한다는 얘기다. 정체성은 자신에 대한 이해나 감정, 자기조절능력을 포함하는 인성요인을 말한다.

중2 자녀나 손주를 이해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아이를 무조건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이다. 자녀가 방문을 잠그고 혼자 있을 때 제일 먼저 무슨 생각이 드는가?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여 아들 방 문고리를 아예 뜯어낸 아버지도 있다. 알고 보니 아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집중하고 싶어서 잠시 문을 잠가뒀던 것뿐이었다. 자식은 대부분 부모를 닮는다. 부모가 건전한 인격체로서 원만한 삶을 살아왔다면 자녀도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믿어주는 것이 좋다. 조부모 부모가 지닌 장점을 고루 물려받아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훌륭한 인격체로 성장해 가고 있을지 모를 일 아닌가.

이 시기에 형성된 자녀와 부모 간의 신뢰감은 평생 부모 자녀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2 자녀가 사춘기를 겪는 동안 부모와 대화가 뜸해지더라도 서운해 하거나 조바심을 갖지 말자. 훗날 성인이 됐을 때 자녀는 자신을 의심하기보다 무조건 믿고 기다려준 부모와 조부모에게 더 고마움을 느낀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했다. 중2 자녀와의 관계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부모로서의 자신의 모습부터 돌아볼 것을 권한다.

박지숭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