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대균 ‘호위무사’ > 유대균 씨(44)의 도피 조력자인 박수경 씨(34)가 25일 오후 인천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 유대균 ‘호위무사’ > 유대균 씨(44)의 도피 조력자인 박수경 씨(34)가 25일 오후 인천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에 체포된 유대균 씨(44)와 그의 호위무사로 알려진 ‘신엄마’의 딸 박수경 씨(34)는 25일 오후 9시30분께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돼 밤새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압송 과정에서 유씨의 표정은 내내 어두웠다. 취재진의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답변하기도 했지만, 가끔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박씨는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유대균 “자식의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이날 오후 9시17분께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먼저 모습을 드러낸 유씨는 긴 머리에 검은색 상·하의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수배전단에 그려진 얼굴과 유사했다. 유씨는 광역수사대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그동안 어디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수원에 있었다”고 답변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압송 과정에서 아버지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 사실을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취채진 앞에 선 유씨는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조금 전 알았다”고 답하며 순간 울먹였다. 이어 심경이 어떠냐고 묻자 “부모 자식 사이에 부모가 돌아가셨는데 기분이 어떻겠습니까”라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답했다.

유씨는 취재진의 잇따른 질문에 “밀항을 시도한 적이 없다” “해외 가족과 연락한 적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유 씨와 함께 체포돼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압송된 박씨는 꼿꼿한 자세로 당당하게 정면을 응시했다. 광역수사대와 인천지검에서 취재진은 박씨에게 “어머니는 자수했는데 왜 도피를 했나”,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등의 질문을 쏟아냈지만 한 번도 답하지 않았다.

◆경찰 저인망식 감시 통했다

경찰은 그동안 유씨와 박씨 검거를 위해 주변 지인들을 샅샅이 조사하는 저인망식 추적을 벌였다. 경찰은 유 전 회장의 사망을 확인한 뒤 구원파 신도의 도움을 받아 유씨가 수행원과 그 가족들의 조력을 받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후 경찰은 유씨 조력자들이 소유한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부동산 이용 현황을 면밀하게 살폈다.
< 유대균 은신 오피스텔 > 경찰이 25일 검거된 유대균 씨(44)와 도피 조력자 박수경 씨(34)가 은신해 있던 경기 용인시 상현동의 오피스텔에 통제선을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유대균 은신 오피스텔 > 경찰이 25일 검거된 유대균 씨(44)와 도피 조력자 박수경 씨(34)가 은신해 있던 경기 용인시 상현동의 오피스텔에 통제선을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의 예감은 적중했다. 유씨의 수행원인 하모씨의 동생이 소유한 용인 수지의 한 오피스텔 7층 방이 경찰의 수사망에 들어왔다. 이 방은 하씨의 동생이 5월 초까지 살았던 것으로 추정됐고, 경찰이 수사할 당시에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방에서 수도세와 전기료가 계속 나오고 있는 점이 수상했다. 경찰은 이런 내용을 토대로 이날 오피스텔 주변에 검거반을 투입해 잠복근무에 들어갔다.

검거 작전은 오후 5시께 시작 됐다.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경찰관 8명이 오피스텔을 둘러쌌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소방당국의 협조도 구했다. 경찰은 열쇠 수리공을 불러 강제로 문을 열려고 했고 유씨는 문을 잡고 버텼다. 이후 “문을 부수겠다”는 경찰의 엄포에 유씨는 지친 표정으로 박씨와 함께 문을 열고 나왔다. 체포과정에서 별다른 저항은 없었다.

유씨와 박씨가 머물던 오피스텔에는 TV 등 가구는 없었고, 짐과 5만원권 현금 1500만원, 유로화 3600유로가 발견됐다. 휴대폰과 노트북도 있었지만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쌓여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간단한 조사결과 유씨는 4월 말 오피스텔에 들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김태호/인천=홍선표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