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이어 이번엔 중남미…아베·시진핑 '돈풀기 외교' 경쟁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사진 오른쪽)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왼쪽) 간 ‘외교전’이 치열하다. 아프리카 유럽에 이어 이번엔 중남미에서다. 영토와 과거사 문제로 두 나라 관계가 껄끄러운 가운데 경제적 지원을 무기로 국제사회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양국 정상의 해외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25일 멕시코 트리니다드토바고 콜롬비아 칠레 브라질 등 중남미 5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그는 출국에 앞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중남미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싶다”며 “경제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다음달 4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순방에서 멕시코 브라질 등 각국 정상과 회담을 하고 대형 프로젝트 공동 진행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트리니다드토바고 방문길엔 카리브해 14개국이 참가하는 카리브공동체(카리콤)와 정상회담을 열고 공적개발원조(ODA) 지원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돈보따리’를 통해 이들 지역에서 지지를 얻어내려는 의도다. 아사히신문은 외무성 간부의 말을 인용, 이번 방문을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아군 만들기”라고 보도했다. 집단적자위권 행사 용인 등 일본 정책에 대한 이해와 협력을 구하고 내년 가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이사국 선거를 앞두고 직접적인 지지도 호소할 전망이다.

시 주석은 아베 총리 방문에 앞서 이들 지역을 찾았다. 지난 15~23일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쿠바 등 4개국 순방길에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공동체(CELAC) 정상들을 만나 이들 지역에 대한 대규모 금융지원 계획을 밝혔다. 또 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엔 75억달러, 베네수엘라엔 4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제6차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는 “침략의 역사를 바꾸려는 어떤 힘도 용서해서는 안 된다”며 직접 아베 정부를 겨냥한 비판을 쏟아냈다. 일본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의 중남미 방문이 아베 총리 순방 직전에 이뤄져 다분히 일본을 염두에 둔 행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약간의 시차를 둔 양국 정상의 같은 지역 방문은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 3월 말~4월 초 시 주석이 유럽 4개국을 방문한 데 이어 아베 총리는 4월 말~5월 초 유럽 6개국을 돌았다. 당시에도 시 주석은 과거사 문제를 거론해 일본을 압박했고, 아베 총리는 ‘적극적 평화주의’라고 맞받아쳤다. 아베 총리는 시 주석이 지난해 방문한 아프리카를 올 1월 찾아가 외교전을 펼쳤다. 이 시기 중국은 왕이 외교부장(장관)이 아프리카를 방문해 ‘대리전’ 양상을 보였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